무고한 시민 발로 차고 목 조른 경찰

일반인 용의자로 착각해 체포⋯전치 4주 부상
경찰 "유감스럽지만 정당한 공무 집행 과정"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용의자로 착각해 폭행하고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정작 경찰은 담당 경찰관에 감찰 조사는커녕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이라 설명하고 있어 비판이 커지고 있다.

9일 전북경찰청과 피해자 등에 따르면 완주경찰서 강력팀은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던 외국인 용의자 5명을 쫓고 있었다. 용의자들은 모두 외국인 불법체류자로, 거리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싸운 혐의(특수상해 등)를 받고 있었다.

용의자가 부산행 열차에 올랐다는 정보를 입수한 완주서 형사 2명은 지난해 4월 25일 급히 해당 열차에 탑승했다. 부산역에는 공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부산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다. 기차가 부산역에 멈춰서고 승객들이 하차하기 시작하자, 경찰 10여명이 일제히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김모 씨(32)를 용의자로 착각한 경찰이 무력을 동원해 체포한 것.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영장집행과정은 생략됐고,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었다.

경찰은 김 씨가 넘어지자 발로 걷어차고 테이저건을 사용해 전기충격도 가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은 무릎으로 목을 강하게 눌렀다. 김 씨는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뒤늦게 경찰은 김 씨가 용의자가 아닌 것을 확인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런 것이니 미안하다”는 말만 남겼다.

김 씨는 경찰들의 폭행으로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부상과 불안증세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이 사건은 김 씨가 부산의 한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9개월여만에 알려졌다.

김 씨는 “당시 경찰에게 상황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매일 같이 꿈에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면서 “다음에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알리기 위해 용기를 냈다. 당시 경찰들이 적법한 징계를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포과정에서 절차도 무시하고 폭행도 일삼은 경찰은 되려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표현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쫓고 있던 용의자가 흉기를 소지하고 있을 수 있어 물리력 행사가 불가피했고, 김 씨가 발버둥 치는 행위를 체포 거부나 저항의 행위로 판단했다”면서 “만약 김 씨가 용의자였다면 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이었기 때문에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에 대한 감찰이나 수사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