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전시’ 지역 청년 예술가들의 반항…그룹전 ‘400-700nm’

오는 12일까지 전주 서학아트스페이스서
천장에 걸린 작품이 이목을 끄는 색다른 전시
“작품은 왜 벽에만 걸어야 해?”…반항에서 시작

전라북도를 예술의 도시로 이끌어 갈 ‘원광대 미술과’ 출신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오는 12일까지 전주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회의 틀을 깬 색다른 전시회를 연다.

원광대 미술과를 다니고 있고, 다녔던 강예빈, 류기섭, 이재인, 정유리, 한소진 등 5명의 학생이 ‘작가’로 변신했다. 이들은 전북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전북 내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에 다섯 명의 작가는 ‘400-700nm’를 주제로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각자 작업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한 공간을 함께 꾸며 나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했다. 한소진 작가는 “전시의 첫 시작은 한 명이 주도했지만, 서로 의견이 맞고 마음이 잘 맞아서 같이 고민하고 꾸미게 됐다. 그래서 공간을 각자의 구역으로 나눠 작업하지 않고, 공간 자체를 우리의 공동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전했다.

전시 공간을 두 가지 콘셉트로 나눠 꾸몄다. 조명색으로 구분해 한쪽은 석양이 지는 바닷가에 온 듯한 ‘휴식’ 콘셉트와 밝은 핑크 계열의 조명으로 물든 ‘화려(자극)’ 콘셉트로 기획했다.

이재인 - Ressentiment, 97x162.2, Oil on canvas, 2021

전시에는 개인 작품 10여 점과 공동 작품 2점이 전시돼 있다. 각자 다른 분야를 전공한 이들은 도예, 가죽, 점토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띈다. 하늘을 날고 있는 거북이, 바다 위 침대부터 ‘ㅇ’ 모양으로 뚫린 가죽 등 상상도 못 한 아이디어들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정유리 - Way out, 96x90, leather, thread, 2021

이번 전시의 신선한 아이디어는 ‘반항’에서 시작됐다. 대부분의 전시는 하얀 벽 위에 그림을 걸지만, 이들은 이 틀을 깨고자 했다. 한소진 작가에 따르면 ‘작품은 왜 벽에만 거는가’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완성된 전시다.

류기섭 - Bedroom, 130.3x162.2, Oil on canvas, 2021

이들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지 않고, 일단 천장에 작품을 걸었다. 이들만이 할 수 있는 도전이기도 하다. 하얀 벽 위의 그림을 보는 것이 익숙한 우리에게는 신선한 전시로 다가온다.

한소진 - My Corals, 40x40x25, 27x27x60, 백조형토, 매트유, 2021

한소진 작가는 “우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전북(전주)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이런 신선하고 재미있는 전시를 수도권까지 가지 않고 전주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보통 전시회라고 하면 작가들끼리 즐겁고 좋아하는 전시를 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관람객도 함께 재미있고 소통하는 전시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