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는 진리를 향한 끈질긴 탐구, 타오르는 열기, 모든 작품의 탄생에 필수적인 분석의 깊이를 고취하며 유지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그런 사랑이 필요하다."
프랑스가 낳은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Henri Mattisse, 1869∼1954)가 남긴 말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앙리 마티스: 삶과 기쁨(Life and Joy)'전시를 4월 10일까지 선보인다. 200여 점에 달하는 드로잉, 판화, 일러스트, 아트북 등 마티스가 남긴 방대한 원화 작품이 출품되는 대규모 전시다.
마티스는 순수한 색채와 단순한 선만으로도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눈부신 빛을 창조한 화가다. 그는 지성과 이성, 감수성까지 두루 갖춘 능수능란한 색채의 달인이었으며 상대적으로 한정된 주제를 변화무쌍하게 표현했던 최고의 혁신적인 창작자였다. 그는 평화로움과 조화로움, 기쁨과 행복감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자 탐구와 분석하는 작업을 일생 내내 멈추지 않았다.
마티스는 20세기 초 야수파의 시기를 지나 점차 순수하게 장식적인 방향으로 전환한다. 아라베스크나 꽃무늬를 배경으로 한 평면적인 구성과 원색의 대비로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구현한다. 그는 말년에 건강 악화로 몸이 불편해지자 서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어 거의 모든 시간을 침대나 안락의자에서 보낸다. 그리하여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컷 아웃'을 창안한다. 그는 '컷 아웃' 작업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해방된 자아를 느꼈다고 피력한 바 있다.
그는 단순하지만 선명한 색상의 색종이를 오려 붙여 역동적인 선과 포즈가 살아 움직이는 완성도 높은 컷 아웃 시리즈 '재즈'를 내놓는다. 전시 포스터 ‘한다발’은 여러 원색의 나뭇잎을 봄철에 꽃이 피어나는 듯 풍성하고 화사한 꽃다발처럼 제작했다.
최초의 연작 '푸른 누드'는 색채와 형태를 완벽하게 통합하고자 한 마티스의 오랜 여정의 절정이다. 푸른색은 곧 거리감과 입체감을 의미하며, 푸른색이 흰색을 동반할 때 날카로운 징소리처럼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컷 아웃 중 가장 다채로운 색채와 스토리가 있는 '왕의 슬픔'은 걸작 중 걸작이다. 마티스가 죽기 2년 전에 제작한 '왕의 슬픔'은 자신을 왕으로 지칭하고,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자신의 슬픔을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마티스 작품은 선과 색의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선물한다. 그는 작업하기 전에 대상을 오래 바라봤다고 한다. 필자는 20여 년 전 사무실에 '푸른 누드'를 걸어 두고, 오래오래 보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본다는 것은 기쁨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