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가게 사장에서 식품기업 CEO에 오른 ㈜대경푸드빌 염종록 대표(50·고창읍).
돼지 부산물 생산·가공·유통 전문회사인 대경푸드빌은 지난해 말 기준 80여명의 직원에 170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 내 돋보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다.
염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거둔 성과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고 했다. 오히려 위기를 겪으면서 단단해졌다고 했다.
그가 요식업에 뛰어든 건 34살이던 2007년.
이전까지는 사진관을 운영했다. 2년 반 동안 캐나다 유학까지 다녀올 정도로 열심이었고, 수입도 괜찮았다. 그렇지만 과감히 포기했다. 사업 확장성이 없다는 게 주 이유였다.
평소 식당을 하고 싶어 했던 그는 이웃 곱창 집에서 한 달간 무료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을 배워 가게를 오픈했다. 보름 만에 창업 투자비를 뽑을 정도로 장사는 잘 됐다.
주위에서 비법을 전수해 달라는 문의가 잇따랐고, 3년간 100여개의 가게를 전수 창업시켰다.
그는 이들 가게에 직접 개발한 소스와 원물을 납품하며 월 수천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안정적일 것 같던 삶은 2010년 말, 구제역 발생으로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물량 확보를 위해 전국 도축장을 돌아다녔다. 주 거래처인 충남 광천 도축장에서 아침부터 새벽까지 청소를 해주기도 했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그는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한 자신을 질책했다. 2011년, 가맹점 사업 대신 곱창을 직접 가공처리하는 회사(대경식품)를 설립했다. 또 다른 도전이었다.
회사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2014년 매출도 3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기쁨도 잠시, 그해 대창 내 이물질 파동이라는 생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전국 곱창 집에 찬바람이 불면서 1일 생산 판매량은 2.4톤에서 300㎏으로 뚝 떨어졌고, 매월 3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구제역에 대비해 거래처 다각화 등 나름 철저 준비를 했던 그로서는 불가항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다음을 준비했다. 도매를 소매로 전환하고, 품목을 다양화하는 등 체질을 개선했다. 회사도 법인으로 전환했다.
투자도 병행했다. 상황이 불투명함에도 평소 눈여겨 봤던 원물 도매업체를 인수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생물은 주기가 있죠.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반등할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5년 후에 나왔다. 2018년 매출이 30억으로 회복된 후 2019년 34억, 2020년 97억, 2021년 17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핸 이마트와의 납품계약 체결로 3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자 지난해 1월 인천 식품전문단지 내에 공장을 새로 준공했다.
인천에 이어 충남 천안과 경기 화성 등 3개 공장이 있다. 이마저도 부족해 추가 공장부지를 물색 중이다.
그의 목표는 연 매출 1000억 원의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떡볶이 프랜차이즈 ‘열정분식소’ 직영점 확대와 순대 가공공장 건립, 브랜드화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계획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는 이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순대에서만 연 400∼500억 원을 올릴 수 있는 등 3∼5년 내 10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브랜드화와 관련해 “중견기업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밝힌 그는 지난해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PD와 작가로 구성된 미디어팀을 신설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면 항상 새로운 시장이 있었다”며 끊임없는 도전으로 영역을 넓혀온 그는 “장기적으로는 제품 판매는 물론 식당과 커피숍·빵집 등이 어우러진 식당타워를 전국에 건립해 ‘1조’를 달성할 것”이라며 미래 구상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