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4선연임 제한

일러스트=정윤성

국회의원의 동일한 지역구에 대한 4선 연임 금지를 놓고 정치권이 술렁인다. 정치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입 장벽이 높아 어려움을 겪는 정치 신인에게 길을 터 줘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는 남다르다. 청년들에게 돈이 없어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과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줌으로써 신선하기까지 한다.

민주당 정당 혁신위는 이를 골자로 한 1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추진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유권자로부터 결국 외면 받는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정치혁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한다. 과거에도 이런 움직임이 선거 때만 반짝하고 시들해진 경우가 적지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행 지방선거 중 자치 단체장과 교육감만 3선 제한에 얽매여 형평성 논란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방의원까지 이같은 3선 제한에 묶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얼마 전 송하진 지사도 3선 출마 회견에서 이런 제한규정 문제를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에 제기된 4선 연임 제한은 동일한 지역구에만 해당된다. 다시 말해 한 지역구에서 3선 이상 출마를 금지하되 다른 지역구로 옮겨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면 4선, 5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런 문제도 정치권에 대한 지독한 국민 불신에서 비롯됐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존재감은커녕 전문성 부족과 정치소신 부재, 도덕성 결여 등 자질 시비가 불거진 사례가 많았다. 지방의원 경우는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수준 이하 언행과 이권 개입, 막말 갑질 등 함량미달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없는 게 낫다”며 지방의회 무용론이 오래전부터 거론됐다.

사실상 정치 개혁을 가로막는 건 다름 아닌 국회의원이다. 법률 개정을 통해 개혁 과제를 실천해야 하는 데 스스로 제살 깎기를 회피하는 것이다. 말로만 개혁 시늉을 하는 셈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 놓기’가 대표적이다. 단골 메뉴인데도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겼다.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공천권을 쉽게 포기할 리 만무했다. 이번 혁신안의 시사점은 정치 교체를 의미하며 나아가 기존 정치를 답습하지 않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자는 공감대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정치 교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혁신의 당연한 의무라는 데 뜻을 같이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정치 신인의 가산점 상향 부여 등 혁신 공천의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는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혁신안 자체가 나온 배경이 지금 정치권 모습으로는 어떤 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즉 유권자 눈높이에 맞춰 정치권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이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