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의 역사가 걸어온 길은 당시 사건 만큼이나 험난했다. `동학란`에서 현재의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기까지 100년이 필요했던 역사가 이를 대변한다. 우여곡절을 거쳐 혁명 참가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혁명을 기리는 기념일도 제정됐다. 선조들의 항쟁이 한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당당히 자리매김 되면서 이제 혁명의 세계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민중항쟁사에서 수십만명의 민초들이 참여해 1년 가깝게 지속적으로 투쟁한 역사만으로 동학농민혁명은 특별하다. 민중들이 내걸었던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와 그 안에 담긴 화해와 상생 정신, 집강소를 통한 주민자치 실현 등 내용적으로도 그 위대성을 학계에서 평가한다. 여기에 동학농민혁명과 맞물려 청일전쟁이 발발하면서 동아시아 역사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반도에 갇힌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세계로 열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는 세계사적 보편성 획득을 위한 연구의 진전과 세계 속에 알리는 작업들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하다. 이런 활동과 노력들이 근래 이어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혁명 2주갑을 맞아 한·중·일 석학 초청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고, 정읍시는 국가기념일 제정 1주년을 기념해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전주시가 엊그제 ‘동학농민혁명과 세계 근대혁명의 만남’ 주제로 제1회 세계혁명예술 전주국제포럼을 개최한 것도 혁명의 세계화에 방점을 둔 행사였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의 위대성을 외치는 1회성 행사만으로는 혁명의 세계화를 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분야에서 나아가 문화예술로의 승화, 관련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등재 등 사업의 다각화가 요구된다. 국제학술대회만 하더라도 개별 기관이나 단체의 낯내기식이 아닌, 협력체계를 갖출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혁명의 세계화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국가기념일 제정 등으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대중화 측면에선 여전히 미흡하다. 혁명의 세계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의제가 아닌 만큼 관련 기관과 단체가 힘을 모아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계획을 수립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