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는 스마트팜이 자동화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농업에 과학적 근거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24일 오전 10시 김제의 한 딸기 농장. 흐린 날씨 속 낮은 온도를 올리기 위해 열풍기가 쉴 새 없이 돌고 있다. 이날 이 농장의 실내 온도는 15℃ 수준. 딸기가 자라는데 최적의 조건이 아니어서 농장주가 미리 설정한 온도 값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8년 전 딸기 스마트팜을 시작한 이곳은 운영 초기만 해도 온도, 습도, 일조량 등을 자동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식물 뿌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직접 확인이 어려운 뿌리 상태뿐만 아니라 최적의 물 투입 시기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스마트팜에 빅데이터가 활용돼 매일 시설 내·외부 환경 자료를 수집하고 최적의 재배 환경과 농업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농가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 농가는 6600여㎡ 규모에 연 매출 4억 원의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류창영 주근깨딸기농장 대표는 “스마트팜이 자동화를 넘어 빅데이터 수집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면서 “시스템이 농가에 최적의 농업 조건을 제시하고,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어 농업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마트팜에 빅데이터가 접목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당초 운영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수많은 자료를 수집해 최적의 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 결과 스마트팜 재배 면적도 늘고 있다. 현재 도내 딸기 스마트팜 재배 면적은 595ha로 이 중 20%에 스마트팜이 도입됐다. 수익성과 생산량도 도입하지 않은 농가보다 2~3배가량 높아 스마트팜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게 전북농업기술원의 설명이다.
여기에 농촌진흥청은 스마트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최적 환경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작목을 대상으로 농가의 생육 시기별 최적 환경 설정값을 AI로 분석한 뒤 이를 모바일 안내메시지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농진청은 각 농가로부터 수집한 온실 환경 데이터와 작물생육 데이터를 자체 개발한 AI를 통해 분석한 뒤 재배 시기와 생육상태에 최적화된 스마트팜 환경설정 값을 농가에 제시하고 있다.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은 “고령화, 농촌소멸 등 농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AI 등을 적용한 디지털농업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기술은 지속 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생산·유통·소비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