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대기업인 기아와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해 자동차 매매업 사업 등록을 신청하면서 중고차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읍 신태인에 신차 출고센터를 운영 중인 기아는 지난 19일 정읍시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중고차 매매업 사업 등록 신청서를 냈다. 이에 전북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집회를 열고 정읍시장 면담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중고차 업체의 반발이 거센 데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정부에선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일단 중소벤처기업부는 현대자동차에 중고차 사업 개시 일시 정지 권고를 내렸다. 중기부는 대선 이후에나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자동차관련 단체에선 중고차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이유는 신뢰 확보에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시 시장이 투명해지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 이들 단체에선 지난해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 범국민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판매 채널이 생겨나면서 중고차 시장 규모도 크게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독일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량이 각각 2.7배, 2.4배씩 증가했다. 현재 신차 대비 1.4배에 불과한 국내 중고차 판매량도 시장 개방 땐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선 대기업이 중고차 매매업까지 진출하게 되면 기존 중고차 업계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고 가족을 포함해 100만여 명의 생계가 어려워진다며 반발한다.
중고차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됐다가 2019년 지정 기간이 만료됐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다시 생계형 적합 업종을 신청했지만 중기부에서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기인 만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영세업체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 신뢰 확보뿐만 아니라 중고차 업계도 살아갈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