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와 기자 정신

일러스트=정윤성

최근 대선 레이스에서 유력 후보의 능력 검증보다는 이들의 아킬레스건을 둘러싼 공방전만 전개돼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인물 검증 차원에서 이를 빼놓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블랙홀 처럼 다른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는 것은 못마땅하다. 더욱 아쉬운 건 이 뉴스 중심에 기자가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다. 김건희씨의 대화 녹취록이 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 상대가 기자다. 대장동 부동산 의혹도 기자가 이를 기획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기자가 연루된 사건이 심심찮게 세간을 떠들썩하게 함으로써 동료들의 취재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지난주 본보에 실린 해직기자 출신 김종량 국장의 사연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1980년대 군부 독재의 기사 검열과 언론 통제에 맞서 펜을 들고 자유언론 수호를 위해 싸웠던 34명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영상물이 최근 제작됐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이 전북일보에 근무했던 김 국장이다. 당시 살벌했던 언론 감시 속에서도 정론직필의 기자 본분을 다하고자 고초를 겪었던 뒷 얘기들이 그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언론 자유는 끝없는 투쟁의 결과물이다. 이를 위해 기자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았던 선배 언론인의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는 말을 맺었다. 보안부대에 끌려가고 강제 해직되면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그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엄혹했던 시절 감춰진 진실을 읽고 지금의 언론 현실을 생각해 봤다. 해직기자들이 그토록 꿈꾸던 취재의 자유는 거의 성역이 없을 정도로 자유로워졌다. 문제는 그에 비해 언론이 사회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느냐 여부다. 특히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군부독재 통제 속에서 가시밭길인 줄 뻔히 알면서도 사회 감시자 역할을 자처했던 선배들의 기자 정신이 아쉬운 요즘이다.

한껏 누리는 언론 자유 속에서 진실을 담지 못하는 뉴스는 제도적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대표적이다. 거짓 정보로 인한 보도 피해자를 없애는 동시에 기자의 치열한 취재정신을 요구한다는 취지다. 오보를 둘러싼 언론중재위 역할이 강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년 9월 시사인이 조사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2위에 개그맨 유재석이 선정되면서 추락한 기자 위상을 가늠케 했다.

이런 가운데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언론의 무한 변신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세계로 접어들면서 이런 흐름을 반영한 온라인 뉴스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실제 171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타임스의 독자 850만 명 중 90% 이상이 유료 서비스인 온라인 기사를 읽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언론도 독자의 이런 선호도에 따른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런 환경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사회 감시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지 그것이 언론의 핵심 가치임에는 변함없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