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전쟁, 해외 M&A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

필자의 지역구는 전북 최고 산업도시이자 신재생에너지의 메카인 군산과 새만금이다. 지역 산업 부흥과 경제 회복을 위한 의정활동에 주력하고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을 자처했는데,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창출을 위해서도 주요 선진국 기업 동향과 자료를 빠짐없이 챙겨보는 편이다.

작년에 국정감사 정책 아젠다 발굴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조사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도 가전제품으로 친숙한 이웃나라 기업인 히타치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기업을 약 11조원에 M&A 했다는 자료를 접했다. 히타치는 중국 제조업의 저가 공습에 밀려 2008년 일본 제조업 사상 약 10조라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자 제조업 비율을 낮춰왔다. 히타치는 실리콘밸리 기업 M&A를 통해 사업의 중심축을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하게 되었다.

M&A(merger & acquisition)는 다른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을 사들이거나 합병하는 것으로, 기업합병(merger)과 한 기업이 다른 하나의 자산 또는 주식의 취득을 통해 경영권을 획득하는 기업인수(acquisition)가 결합된 개념이다. 그 중에서 국내가 아닌 국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해외 M&A(인수·합병)’이다. ‘국경을 넘는(Cross-Border) M&A’라고도 불린다.

해외 M&A는 단순하게 기업을 합치고 핵심기술 확보뿐 아니라 해외시장 활로 개척도 가능하게 하는 저비용ㆍ고효율을 추구하는 기업 성장 전략이다. 히타치의 사례처럼 기업의 뿌리인 체질을 바꿔 세계무대에 우뚝 설 수 있게 하는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해외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중견기업이 있다. 풍력발전기를 지지하는 타워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기업 씨에스윈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씨에스윈드는 2016년 영국의 윈드타워스코틀랜드 인수를 통해 영국 시장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말레이시아 에코타워, 인도네시아 업체 등을 인수했고, 작년에는 덴마크 기업 베스타스의 미국 풍력타워 공장을 인수해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 확장 속도를 높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중견중소기업의 해외 M&A가 성공적일까. 현실은 갈길이 멀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5년간 한국의 해외 M&A 거래 금액은 699억 달러로 중국의 5,507억 달러, 일본의 4,927억 달러와 비교해 8분의 1,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세계적으로 비교해봐도 한국의 해외 M&A 수준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 연평균의 1%를 차지하는 것에 그쳤다.

필자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전 세계가 저비용·고효율을 전략으로 해외 M&A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이 도태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함을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해외 M&A 활성화 포럼을 개최해 추진 경험이 있는 회계법인, 기업 등과 함께 정부 지원의 필요성과 정책지원 방향을 모색한 바 있다. 포럼에 참석한 모두가 해외 M&A는 속도전이며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통합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는 데에 공감했다.

M&A는 글로벌 시장 경제 체제에서 총성없는 전쟁에 비유된다. 우리 기업이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량 뿐 아니라 전략, 물자, 병참, 후방지원이 골고루 필요하다. 국회는 입법으로 중앙정부는 정책으로 지방정부는 소통으로 기업의 눈, 귀, 팔다리가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인 필자부터 입법으로 중소기업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