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타 지역 유출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전북 도민 40만 3620명이 타 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로 인해 전북 도민들이 지출한 의료비의 20%가 넘는 6663억원이 타 지역 의료기관에 지출됐다. 원정 진료와 의료비 역외 유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전북의 의료비 역외 유출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에서 허투루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2015년 2000억원대에서 3배 이상 증가하며 지난 6년간 타 지역 의료기관에 지출한 의료비가 3조 1902억원에 이른다. 의료비 역외 유출은 지역경제 측면에서 큰 손실이지만 이에 그치지 않는다. 원정 진료에 따른 환자의 진료비 부담 가중과 지역 의료기관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다시 지역민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의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북지역 환자와 가족들이 생명과 직결된 질병 치료를 위해 좀 더 나은 병원을 찾는 걸 탓할 수 없다.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역 의료기관의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의료기관이 양적으로 결코 적지 않다. 상급 종합병원 2곳이 있고, 중대형 규모의 종합병원 수도 10개가 넘는다. 환자와 가족들로서도 지역의 대형병원을 두고 타 지역 원정 진료에 나서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진료와 수술 예약도 어렵고, 환자를 돌보기 위해 가족들이 오랫동안 타지에서 생활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지역 종합병원, 특히 상급 종합병원이 환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책임이 크다.

전북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의료비 역외 유출뿐 아니라 유입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은 차치하고라도 광주광역시만 해도 2020년 한 해 1조 375억원 규모 의료비를 타 지역으로부터 벌어들였고, 대전광역시도 8616억원의 진료비가 타 지역에서 유입됐다. 전북의 타 지역 의료비 유입은 2653억여 원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제주를 제외하고 가장 적었다.

전북 의료기관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의료 질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우수 의료인력과 첨단장비 도입 등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전북 의료기관이 근거 없이 폄하되지 않도록 대외 홍보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