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이 멀지 않았다. 벌써부터 부안에는 복수초와 노루귀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제 삭막했던 세상은 봄꽃과 파릇파릇한 새순으로 뒤덮일 것이고, 한겨울 월동을 끝낸 나비들도 제 세상인 양 날아다니리라. 연일 코로나 급증 소식으로 우울하지만 그때쯤이면 겨우내 몸을 잔뜩 움츠렸던 이들의 어깨도 조금은 펴지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지역에서 사는 나비를 다룬 『제주도 나비와 문화』라는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비매품이라 구하기도 힘든 책을 제주까지 연락해서 어렵사리 받았다.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오랜 시간과 공력을 기울여 제주도 나비 생태와 문화를 다룬 책자라서 더 반가웠다. 책 구성은 제주 나비 생태, 제주 나비 표본, 제주도 나비 연구의 발자취로 이루어져 있다. 380페이지에 달할 만큼 방대한 분량에 현장 사진을 포함한 내용 구성도 알차다.
이 책의 부제는 “산굴뚝나비는 한라산을 떠나지 않는다.”이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220여 종의 나비가 산다. 그중 산굴뚝나비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 제458호로 지정된 나비이다. 다른 나비들이야 골고루 분포하는 편이지만 유독 산굴뚝나비만큼은 제주도 한라산, 그것도 1300m 이상에서만 산다. 운이 좋다면 한여름 한라산에서 이 나비를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표지도 산굴뚝나비가 차지하고 있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방학숙제로 나비 채집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때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나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통 민화에도 나비는 쉽게 보인다. 그런데 요즘은 나비가 예전처럼 흔히 보이지 않는다. 상제나비처럼 한국에서 사라져 전설로만 남은 나비도 있다. 나비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예측하거나 환경오염을 추적하는 지표종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서식지 파괴와 생태 환경이 파괴되면서 나비 개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과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국가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이다. 그러나 지역의 생태계와 지역 문화를 바로 아는 일이야말로 더 시급하고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지역 생태와 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자 의무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조만간 이런 멋진 책자가 나오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장창영 시인은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기를 여행잡지 <뚜르드 몽드> 에 연재하고 있다. 뚜르드> 디지털문화와> 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