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바닥에 이유 없이 고름이 생긴다면 어떨까? 머리를 감거나 걸을 때 부자연스러워 지고 때로는 심한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손발바닥에 고름이 생기는 대표적인 피부 질환은 손발바닥 건선농포증이다. 특히 겨울에 악화되는 특징 때문에 환자들은 연말과 새해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20대부터 건선이라는 피부질환을 앓아왔던 30대 ㄱ씨는 최근 손바닥이 가렵고 뜨겁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일반적인 습진 정도로 판단하고 동네 약국에서 일반의약품 연고를 계속 발랐다. 급기야 손바닥과 발바닥에 작은 농이 잡히기 시작하자 대학병원 피부과를 찾았다.
진료실에서 처음 만난 ㄱ씨는 지쳐 보였고 특히 손바닥의 통증과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컸다. 최근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은 후 야근과 흡연 회수가 늘어나면서 건선이 더 심해졌고, 새로운 증상까지 나타났다. 손바닥과 발바닥에 빨간 반점과 농포가 잡히더니 나중에는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갈라지고 통증까지 심해진 것이다. 그런데 가려움증과 통증보다 ㄱ씨를 더 힘들게 했던 건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었다.
대부분의 건선 환자들처럼 ㄱ씨도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고 커지면서 그 위에 흰 비늘이 덮이는 판상 건선을 앓고 있던 중, 증상이 전혀 다른 손발바닥 농포증이 건선인 줄 모르고 엉뚱한 치료를 하다 병을 키웠다.
건선은 면역 이상반응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아토피와 달리 20~30대 성인들의 발병율이 높다. 건선환자의 10% 정도가 겪는 손발바닥 농포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자주, 40~50대에서 흔히 발생한다. 손발바닥 농포증을 비롯한 건선은 난치병임에 틀림없지만,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법이 있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시작되는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현저히 줄인 생물학적 제제들이 등장해 건선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손발바닥의 농포성 건선에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제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연고를 도포하고 있는 시간에는 손을 전혀 사용할 수 없고 연고가 옷에 묻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치료제인 인터루킨-23 억제제는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 약제를 투여받은 중증도-중증의 성인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중 83.3%는 치료 52주차에 손발바닥 농포증 영역 및 심각도 지수가 50% 이상 개선되었고, 55.6%의 환자는 75% 이상 개선되었다. 올해 5월부터는 보편적 치료에 반응이 불충분한 중증도-중증의 성인 손발바닥 농포증 치료제로 건강보험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ㄱ씨는 여러 치료법을 거쳐 인터루킨-23 억제제로 치료받으면서 증상이 크게 개선되었다. 농포와 반점이 사라졌고 두꺼워진 피부가 깨끗해 졌으며, 가려움증과 통증도 없어졌다. 아쉬웠던 건 손발바닥 농포증의 증상이 나타나던 초기에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회사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일상도 행복했을 것이다. 예전에 치료가 어려웠던 피부병들을 최근에는 매우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