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리는 도서관

일러스트=정윤성

일본 규슈 북부에 있는 사가현은 규슈의 일곱 개 현 중 규모가 가장 작지만, 우리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사가현의 전통적인 산업으로 꼽히는 ‘아리타 도자기’ 덕분이다. ‘아리타’는 임진왜란 때 한반도에서 끌려간 이삼평이 처음으로 가마를 만들어 도자기를 굽기 시작한 곳이다. 그 덕분에 일본의 도자기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전통 산업이 됐다.

사가현은 일본의 관광도시들이 그러하듯이 온천으로 이름을 알린 작은 도시들이 적지 않다. 인구 5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 다케오시도 그중 하나다. 다케오시는 아리타와 인접해 있어 아리타 가마에서 생산되는 도자기 공방이 많다. 이 작은 도시에 더 많은 관광객이 들르는 이유다.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 도자기가 아닌 전혀 다른 이유로 다케오시를 찾는 방문객들이다. 그 통로는 다케오시립도서관이다. 다케오시립도서관은 2012년까지만 해도 시민들의 이용률이 낮은 전통적인(?) 도서관이었지만 2013년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운영방식을 바꾸면서 달라졌다. 재개관한 지 1년여 만에 연간 이용자는 100만 명, 이 중 40만 명이 지역 주민들이 아닌 다른 지역 방문객들이었다. 도서관을 방문하기 위해 다케오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식당과 숙박업소 등 지역 상권이 활기를 띠게 되자 경제적 효과까지 이어졌다.

이런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 배경에는 다케오시의 선택이 있었다. 다케오시는 공공도서관을 지역의 자랑스러운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서점 ‘츠타야’를 만들어낸 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에게 운영 관리를 위탁했다. 연중 쉬는 날을 없애고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자연을 활용한 환경을 조성하고, 복합문화 활동이 가능한 다양한 공간을 확장하는 등 새롭게 태어난 다케오시립도서관은 가장 빠른 시간에 지역 주민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됐다.

사실 인구 50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들이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하는 공공시설을 갖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더구나 그것이 5만 명 소도시의 공공도서관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문턱을 낮춘 도서관으로 지역을 살려낸 도시들이 적지 않다. 우리에게도 그런 도시가 있다.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도 갖지 않은 ‘일상 속 작은 도서관’을 확장해가는 전주다. 놀이터가 되고, 쉼터가 되고, 지식과 소통의 보고가 된 ‘마음의 공원’. 전주의 도서관은 이제 여행자들을 불러들이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됐다.

지난 1월 또 하나의 도서관이 더해졌다. 구도심 ‘웨리단’ 끝에 놓인 ‘다가여행자도서관’이다. 옛 다가치안센터를 새롭게 바꾼 여행자도서관은 어느새 여행자들에게 명소가 된 듯하다. 도시 성장의 진정한 가치가 이런 변화로부터 이어졌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