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후 불법 재하도급 근절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지역 건설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건설 현장에서 횡행하고 있는 불법 재하도급 문제의 근본적 해결없이는 부실 공사로 인한 중대 재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는 관련법 규정이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고 관리감독도 허술하기 때문이다.
OECD 10위의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게 각종 건설 현장에서 반복돼 온 후진국형 대형 참사는 국민들에게 큰 상처와 허탈감을 안겨왔다. 더욱이 건설 현장의 대형 참사는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돼 있었지만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발생한 광주 학동과 화정동 붕괴사고는 불법 재하도급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 사업자가 하도급 받은 건설 공사를 재하도급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 사고는 만연된 건설 현장의 불법 재하도급 실상과 이로 인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확인시켜줬다.
불법 재하도급과 부실 공사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해 6월 철거 중인 건물이 버스를 덮쳐 시민 9명이 숨진 광주 학동 붕괴 사고는 50억원 짜리 일반 철거 하도급 공사가 12억원에 불법 재하도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저가 불법 재하도급은 비용 절감을 위한 비숙련 인력 고용과 값싼 건설 자재 사용으로 이어져 부실 공사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건설 현장의 생생한 증언이다.
솜방망이 처벌과 부실한 관리감독도 문제다. 하도급 업자는 규정을 위반해도 1년 이내 영업정지나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치고 시공사는 하도급 업자의 법 규정 위반을 묵인하더라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고작이다. 관리감독 권한이 광역자치단체가 아닌 국토부와 각 시·군에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불법 재하도급 관행은 부실 공사를 낳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현장의 적폐다. 불법 재하도급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실질적 관리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광역자치단체에 의무와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건설 현장의 후진적 대형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련법 정비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