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식구들 손 잡고
모여 앉으면 호미로 찍어
피 흘리며 몸뚱이
통째로 뽑혀 쓰러진다
어쩌자고 저를 찍어낸 호미를
향기로 감싸는지
알겠다 그토록 오랜 세월
죽어도 다시 살 수 있었던
이유∼
/최경순
△풀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또 풀은 언제까지 살아남을까? 틀림없이 어리석은 질문인 줄 알면서도 최시인의 '풀이 사는 길'을 읽으면 떠오르는 의문이다. 성경을 비롯해 천지창조에 대한 대부분 기록은 사람이 맨 처음 이 세상에 오게 된 역사를 기술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창세기도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는 여섯째 날이 천지창조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잊고 있을 것이다. 풀은 사람보다 먼저 세상에 왔다. 그러나 풀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일년생이 많고 연대기를 기록할 만큼 긴 생을 누리지 않는다. 그러나 끈질기게 다시 살아난다.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