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허경영?...대선에 묻힌 지선후보 자동전화 급증 '유권자 피로'

일부 지선 후보 자동전화 적극 활용, 하루에 2통 이상에 문자까지
인지도 제고 도움, 시민들 일상생활 적지않은 불편 초래 불만 높아
밤낮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 짜증 유발

스팸전화조회 관련 사이트 화면캡쳐  

전북 지선 출마예정자들의 시도 때도 없는 ‘자동응답전화’에 유권자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동응답전화는 출마예정자들의 인지도 제고에는 일정부분 도움이 되지만, 시민들 입장에선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서다.

도내 지선 출마예정자들의 자동응답전화가 급증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전북정치권이 선거기간 중 불법현수막을 게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후보자들이 인지도를 올릴 기회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대선과 지선이 맞물리면서 지선 후보자들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도 자동응답전화를 자주 활용하게 된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후보는 가족들의 목소리까지 녹음한 자동응답전화를 광범위하게 걸면서 하루에 해당 후보 관련 전화와 문자만 10통이 넘었다는 사람들까지 속출하고 있다. 자동응답전화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단체장 출마예정자를 두고, 일각에선 ‘전북의 허경영’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전화가 걸려오는 대상으로는 전북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사람부터 재경전북도민은 물론 전북과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전화 내용은 여론조사 참여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는 것으로 매번 같은 내용, 같은 인물의 목소리가 반복되면서 불필요한 짜증을 유발시킨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직업특성상 전화를 자주 활용하는 시민들은 통화 중에 정치인 자동응답전화가 걸려와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고 토로한다. 또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잠을 청하던 중 휴대전화 벨소리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도 했다. 아울러 목욕 중이거나 중요한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정치인의 자동응답 전화나 문자가 불필요한 신경을 쓰게 만든다"고 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해당후보에 대해)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대선이나 지선을 앞두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정치인의 전화가 걸려오면 그 사람에 권유하는 사람 반대편에 투표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의 자동전화 논란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지선 출마예정자의 자동응답전화 자체는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참여 권유는 누구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 중 특정후보 지지나 혹은 반대하는 내용이 들어가면 선거법에 저촉된다.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되어선  안 된다. 도내 지선 출마예정자의 자동응답전화는 관심을 독려하거나 '~로 출마하는 누구입니다' 등 자신을 알리는 내용으로 지지를 직접적으로 권유하는 내용은 없었다.

개인정보 침해도 아니다. 해당 후보 측이 특정인의 전화번호를 확보한 게 아니라 용역업체를 통해 여론조사 방식처럼 임의로 전화번호를 추출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민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치인 자동전화가 지나치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적지 않다. “차단해도 또 걸려온다”는 내용의 글도 있었다.

실제 한 커뮤니티 회원은 "주말에 편히 쉬려고 하는데 자동전화에 문자, 여기에 카톡까지 울리니까 육두문자가 절로 나왔다“고 전했다. 재경전북도민 A씨는"평소에 연락은커녕 연락을 해도 모른척하던 고향후배로부터 카톡이 와서 반가웠지만, 이내 그 후배에게 실망했다”며“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안부인사 하나 없이 전체문자식 인터넷 주소링크와 복사한 문장하나 달랑 보내고 여론조사 참여나 지지를 요구하는 것 같아 인간적으로 매우 기분이 불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