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조사기법을 개발하고 보정작업을 통해 여론조사를 한다고 해도 틀리는 이유는 응답자가 정확하게 답변을 안 해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거 당일 투표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출구조사마저 틀리는 이유가 다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생명은 정확도에 있다. 80여개가 넘는 각 여론조사기관마다 정확도를 높이려고 모집단 샘플 수 유무선 전화 등을 통계학적인 관점에서 추출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1노3김이 싸웠던 1987년 13대 대선 때부터 여론조사가 본격 도입됐다. 그 당시만해도 조사기법 등이 발달되지 않아 예측하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과학의 이름을 빌어 여론조사결과가 언론에 공표되었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되고 1995년 단체장까지 직선제로 선출하면서 여론조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기관도 선거 때마다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고 조사수요가 총선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늘어나 지금은 여론조사가 약방의 감초 마냥 선거기간 중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선거당일 실시한 출구조사가 번번이 빗나가 세계인의 조롱거리 내지는 한편의 코미디 같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1996년 15대 총선 때 방송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가 253개 지역구 중 무려 39군데서 당선자가 뒤바뀌었다. 실제로 여론조사의 역대 총선 결과 예측이 대부분 틀렸다. 15.16. 17대 총선이 끝날 때마다 방송사들이 사과방송을 내보내야 했고 일부방송사는 책임자를 문책하기도 했다. 실 예로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각종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130석 안팎으로 제1당이 될 것으로 한나라당이 110석 안팎으로 제2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한나라당이 133석 민주당이 115석으로 크게 뒤바뀌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1.2위간 격차가 오차범위내에서 초접전 양상을 띠어 유권자들을 조마조마 하게 한다.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각 여론조사기관마다 조사결과를 발표하지만 표 결집현상이 생기면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 여부 등 미세한 부분에서 변동폭이 생겨 그 누구도 자신을 못한다. 선거기간 동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는 정권교체가 50∼55% 안팎 정권연장이 4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세대별 지역별 남여별로 나눠서 발표하지만 최후의 승자를 알아 맞히는 일은 신의 영역일 것 같다. 4일부터 투표를 실시하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시기다.
또 6월1일 지방선거가 대선에 가려 아직껏 큰 관심을 못 끌지만 그래도 수면 아래서는 활발하다. 일부 언론사에서 간헐적으로 독자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여론조사를 공표하지만 그 결과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 그 이유는 여론이라는 것이 가변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허용오차 안에 있는 조사결과를 갖고 흥미위주의 경마식보도로 1.2위를 크게 보도하는 경우가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점쟁이의 점치는 것 보다 과학의 이름으로 포장해서 가공한 여론조사가 그래도 신뢰할 만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