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의 땅, 돈바스

일러스트/정윤성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쪽 러시아 국경과 맞닿아 있는 지역, 도네츠크 남서부와 루간스크 남부를 통칭하는 지명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사이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전쟁의 땅이기도 하다. 현실이 이러하니 7년 넘게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온 돈바스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을까를 상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전쟁으로 분열된 돈바스의 현실을 좀 더 널리 알린 영화들이 있다. 201871회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돈바스(Donbass)’도 그중 하나다. 분리주의자 갱들에 의한 살인과 대량 약탈 등 무력 분쟁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돈바스의 전쟁과 분열 상황을 적나라하게 그린 이 영화는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규칙과 인권,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지속되는 분열이 가져오는 왜곡되고 부패한 사회를 마주하게 하는 이 영화로 내전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전했다.

돈바스의 현실을 그린 또 하나의 영화는 <돈바스:최후의 결전>이다. 전쟁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최후의 보루 도네츠크 공항' 사수를 위한 길고 긴 전투를 그린 이 영화는 흥행과 관계없이 돈바스의 현실을 알린 또 하나의 영화였다.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 내전의 종식을 희망하며 최후의 결전을 부제로 내세웠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끝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승인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시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전쟁 선포다. 러시아의 전면적 군사작전에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계엄령을 선포한 상황이니 일촉즉발, 위태로웠던 내전의 땅 돈바스는 본격적인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실 러시아의 선전포고는 이틀전인 22(현지시간) 이루어졌다. 돈바스를 이미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분리독립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지속되어온 분쟁과 갈등의 상징적 땅이다. 주민 30%가 러시아계여서 친러 성향이 강했던 돈바스를 더이상 우크라이나의 땅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러시아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결국 전쟁으로 귀결됐다.

내전에 놓였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 놓인 것은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침공을 막지 못한 댓가는 이제 전 세계가 함께 치러야 한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게 된 전쟁의 결말이 두렵다.

/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