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섬광 같은 것이 지나간다
잡으려면 도망가고
아쉬워 망설이면
다시 발끝에서 빛나는
아침 이슬방울 같은 것
그 속엔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 있고
내가 흘린 땀과 눈물도 있다
가야할 길이 보인 듯해서
손 내밀어 잡으려면 또 사라지는
비 갠 날의 무지개 같은 것
도망갔다 되돌아오는
애인 같은 것
/이희정
△섬광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시상과 아침이슬처럼 잡으려다 번번이 놓치는 시상이 있다. 안타까이 스쳐 지나가는 시상은 나의 어린 시절과 눈물과 땀이다. 기어이 잡아보고 싶은 그래서 괜찮은 시 하나 써보고 싶은 시상은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기도 하고, 포기할까 생각하면 다시 슬며시 들어오는 애인 같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은 시상을 잡으려고 늘 전전긍긍하는 사람이다.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