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법률서비스,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지역사회의 해묵은 현안인 전주가정법원 설치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소년보호재판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다. 드라마는 가상의 공간 ‘연화지방법원’내 소년형사합의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히 드라마의 촬영지가 전주지방법원인 것으로 알려져 도민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전주지법과 전북지역의 법률 서비스 여건은 드라마와는 다르다. 가사소송법과 소년법이 각각 규정한 가정·소년에 관한 사건을 관장하는 가정법원이 없어서 전주지방법원에서 일반 민형사사건은 물론 소년사건·가정보호사건까지 모두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가사 및 소년보호사건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판사들은 과중한 업무량으로 재판 진행에 급급한 실정이다. 

사회 및 가족관계의 급격한 변화로 가사·소년보호사건만을 전담하여 다루는 가정법원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 2011년 이후 전국 각 도시에 가정법원이 확대 설치됐지만 광역시 등 대도시 위주로 진행되면서 전북은 그 대상에서 번번이 제외됐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지난해에는 안호영 국회의원이 전주가정법원 설치의  법적 근거를 담은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북지방변호사회와 전북도의회에서도 전주가정법원 설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지난달 취임한 오재성 전주지방법원장은 전주가정법원 신설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지역사회가 이처럼 전주가정법원 설치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아직껏 메아리가 없다.

법원조직법에 규정된 전문법원인 가정법원에서 전담해야 하는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서 떠안고 있기에 가정법원이 설치된 지역에 비해 전북도민은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헌법에 규정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국민 모두가거주지역에 상관 없이 온전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인구가 적은 지방도시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법률서비스에서마저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진정성 있는 국가균형발전 정책, 그리고 지역 차별 없는 법률서비스를 실현할 의지가 있다면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염원하는 전북도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