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과 5일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됐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전북에서는 50%에 가까운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에 대한 투표현장에서는 각종 잡음이 잇따랐다. 또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자와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자의 단일화 여파도 투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밖에다 세워두고, 소쿠리로 투표용지 옮기고
지난 5일 완주군 구이면사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확진 유권자 임시기표소. 면사무소 내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밖에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위한 기표소가 마련됐다. 이곳을 담당하는 투표사무원들은 D급 방호복을 입은 채 유권자들을 안내했다. 사상 첫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의 사전투표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확진자들은 강풍이 부는 날씨에 야외에서 수십분간 대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투표를 하더라도 투표사무원들이 소쿠리에 담아 투표함에 대리로 용지를 넣었다. 일부는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지 못하자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권자 A씨는 “확진 유권자들이 야외에 설치된 임시기표소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투표용지가 방호복을 입은 선거사무원이 들고 있는 소쿠리에 넣고 투표함이 있는 건물안으로 들어갔다”며 “투표용지가 그대로 투표함에 제대로 넣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전북도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기표소는 내부가 아닌 외부에 따로 마련됐다. 투표사무원이 확진자 신분증과 확진문자를 확인한 뒤 4층 사전투표소로 올라가 투표용지를 대신 받아왔다. 투표용지를 받아든 확진자는 마련된 기표소에서 투표하고 봉투에 담아 투표사무원에게 전달했다. 이후 투표사무원이 다시 4층으로 가 투표함에 넣었다.
투표를 하더라도 자신의 표가 제대로 투표함에 넣어졌는지 확인도 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에도 대기하던 100여명 대부분이 투표를 마치지 못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일 확진자 등의 투표시간이 확대된 입법취지와 급속히 늘어난 확진 선거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전투표일에도 투표할 수 있도록 특별대책을 마련했다”면서 “이번에 실시한 임시기표소 투표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하여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비호감 대선, 단일화 불만에도 소중한 한 표 행사
지난 4일 오전 8시께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의 꽃밭정이 노인복지관 사전투표소.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긴 줄을 형성하고 있었다.
아들의 부축을 받고 투표를 하러 온 김순임 씨(84)는 “나는 이제 떠나갈 사람이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투표를 하러 왔다”면서 “투표를 하러 오기 전에 손주들과 이야기를 하고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고 왔다. 차기 대통령이 후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도 사전투표 열기는 잦아들지 않았다. 80대부터 2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유권자들은 후보 개인보다는 공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43)는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뽑을 사람이 없다는 뜻 아니겠나”면서 “더 나은 후보를 뽑기 위해 사람을 보지 않고 공약을 놓고 비교해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후보단일화에 실망한 유권자들도 있었다.
대학생 박민혁 씨(25)는 “원래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었는데 갑자기 단일화를 하는 바람에 지지 후보가 사라져 당황스럽다”면서도 “그럼에도 투표를 하지 않는 것보다 무효표라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에 왔다. 지지하는 후보는 없지만 권리를 버리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북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권철기 씨(30)는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주변물가도 함께 올라 경제적인 상황에서 단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러한 경제상황을 제대로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정규·이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