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일러스트/정윤성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눈물이 최근 화제를 모았다.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 PGA 투어 본부에서 열린 2022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흘린 눈물이다. 만 46세의 나이에 세계 최연소로 골프 명예의 전당 입회자가 된 골프 황제는 자신의 능력보다 자신을 도운 주변 사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입회식 소감에서 우즈는 “나 혼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내게는 특별한 부모님과 코치, 친구와 가족이 있었고 나의 힘든 시기, 암흑기와 최고의 시간을 함께 해왔다. 명예의 전당 헌액은 나를 도와준 사람들과 함께 팀으로 받는 상”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아마추어 시절 부모님이 자신의 대회 출전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으며 희생하고 헌신했던 것을 소개하면서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터트렸다. 우즈는 2006년 5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얼 우즈를 떠올리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2005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우즈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고, 2006년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우승한 The Open에서도 펑펑 울었다.

1970~80년대 한국문학을 이끈 최인호 작가는 2013년 12월 그의 미공개 원고들을 묶어 출간된 유고집 ‘눈물’에서 “영혼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이 눈물”이라고 적었다. 그는 “인간은 영혼의 아픔 없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자기 자신의 영혼의 상처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자비심(慈悲心)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한국에서도 눈물이 화제를 모았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제20대 대선 결과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읽던 도중 낙선자와 지지자들을 위로하는 대목에서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쏟았다. 다음날 한 전직 야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SNS에 박 대변인의 눈물을 문제삼아 청와대가 선거 중립을 지킨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 역시 어떤 때는 눈물 흘린 적이 있었을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선거 다음날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 이재명이 부족한 0.7%를 못 채워 패배한 것”이라고 자신에게 책임을 돌려 해단식이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눈물을 흘린다. 감사와 기쁨, 슬픔과 분노, 뉘우침 등 눈물 흘리는 이유도 다양하다. 눈물은 사람의 눈과 마음을 씻어준다. 흘러나오는 눈물과 함께 가슴 속을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가벼워지고, 꽉 죄었던 답답한 것들이 조금씩 풀어진다. 눈물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심신을 정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20대 대선 결과가 눈물과 함께 모두 녹아내렸으면 좋겠다.

강인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