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산열매 - 허호석

말갛게 익어가는 산열매 속엔

맑은 물소리가 알알이 박혀 있다

그 물소리 하나 똑 다서

입에 넣으면

아! 새콤한 산의 향기

말갛게 익어가는 산열매 속엔

맑은 햇살이 알알이 박혀 있다

그 햇살 하나 똑 따서

입에 넣으면

아! 사르르 녹는 빨간 해

/허호석

△세상 모든 것이 저 혼자 익어가는 것은 없지요. 자그마한 산열매 하나가 익으려면 맑은 물소리와 맑은 햇살이 힘을 보태야 하지요. 어디 이것들뿐이겠어요. 햇살을 실어 나르는 다람쥐의 낭창낭창한 꼬리, 물소리를 업어 키우는 바위의 단단한 등, 그리고 또 산열매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그윽한 눈길까지 함께 이룬 것이지요. 이 시를 읽으면서 내가 이만큼 익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배려에 빚진 것을 새삼 깨닫네요. 모든 인연들에 감사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