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불안 키우는 권력 갈등

일러스트/정윤성

신구 권력 갈등이 국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0대 대선 결과에 따라 원만한 권력 교체를 바라던 국민 여망과는 정반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사이에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통상 열흘 이내에 가졌던 현 대통령과 당선인과 만남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이나 윤 당선인 모두 국민 통합을 내세웠건만 양측의 행보는 다시 진영 간 갈등의 골만 키우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에선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반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에선 대선 불복이냐는 반감을 드러낸다. 

정권 교체기 신구 권력 간 갈등은 항용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진보 정권인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도 사법개혁에 대한 이견으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신구 정권의 충돌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기에 국민의 우려가 크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마찰은 이미 대선 기간에도 드러났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현 정권의 적폐 수사를 강한 어조로 거듭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강하게 분노를 표시하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윤 당선인은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윤 당선인은 청와대 개편과 관련, 민정수석실 폐지를 거론하며 사직동팀의 민간인 사찰을 사례로 들면서 청와대의 반발을 샀다. 문재인 정부에서 하지도 않은 일을 들먹인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이러한 양측의 불편한 기류는 공공기관 인사와 이명박 대통령 사면 문제를 놓고 더 증폭됐다. 임기가 만료된 한국은행 총재와 감사위원 선관위 상임위원 후속 인선을 놓고 윤 당선인 측에서 동의권 행사를 주문하면서 기 싸움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을 앞두고선 언론플레이를 통해 MB사면을 압박하는가 하면 윤핵관의 김경수 전 지사와의 패키지 사면론까지 나오자 청와대에서 발끈했다. 결국 청와대 이전 문제를 놓고 양 측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선거 기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문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이란 이미지 탈피를 위해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을 공약했으나 경호와 안전, 국민 불편 등 여러 이유로 포기했었다. 윤 당선인도 광화문 이전이 불가능하여지자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선회했지만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민주당뿐만 아니라 보수세력 내에서도 안보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국민 반대 여론이 높고 이전 비용에 대한 논란도 크다. 새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뭔가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되레 국민에게 불안감과 불신을 심어줘선 안 된다. 

/권순택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