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는 동안 전북의 공직사회도 비상이 걸렸다. 전북의 지자체는 서로 앞 다퉈 공직자들의 전수조사를 벌였다. 지방의회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벗어나기 위해 조사를 자청했다.·
하지만 허울뿐인 조사였다. 지자체의 경우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개인정보이용 동의를 받은 이들만 조사가 이뤄졌으며, 부동산 개발지 영역을 누락하는 일이 벌어져 부실조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실제 지난해 전북도는 주요 공무원을 대상으로 도시개발지구와 산업·농공단지 토지의 불법 거래 여부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투기를 의심할 만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결과발표 후 정확히 한 달여 만에 전북경찰청 부동산투기특별수사대가 고창 백양지구 인근에 도 간부 A씨가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 수사에 나섰다. 당시 도는 고창 백양지구를 조사 범위에 넣지 않았고 토지 등기부등본 등을 토대로 역대 거래 내역 등을 역 추적하는 방법이 아닌 엑셀 함수를 이용한 공무원 명단과 토지 거래 명부를 대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부실조사라는 비난을 받은 이유다.
지방의회도 조사를 자청했지만 이해관계에 놓여있는 지자체 감사실에 의뢰를 하면서 조사의 신뢰성마저 잃어 버렸다.
농지법의 허점도 조사와 수사가 진행될수록 여과없이 드러났다. 수년 전 공직자들은 농지를 매입한 후 농사를 하겠다는 영농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수년 동안 계획서대로 이행은 되지 않았고, 지자체의 감시도 허술했다.
정부는 이를 위한 대안으로 오는 5월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을 시행하지만 여전히 역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서 발견됐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조사의 강제성과 역할 등이 강하게 부여된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들이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10가지 행위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 공직자는 사전에 이를 신고하거나 피해야 한다. 미공개 정보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취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미공개 정보를 받아 이익을 얻은 제3자도 처벌 대상이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됐지만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부동산 투기의 특성상 해당 법이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조사과정에서 불거진 셀프조사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각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공직자가 부동산 취득경위를 분명히 밝힐 수 있고 지방의원과 하위직 공직자까지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조직신설 등을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협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지법에 대해서도 “지자체는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지 취득이후에도 실제 농지를 경작하는지에 대해서 상시적인 조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