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정전의 순간 - 전길중

빛이 등을 돌리자

숨죽인 거미의 그물망에

한 각씩 깊어지는 어둠

잘려 나간 골목 풍경들

좁혀진 배경에

밀도 따라 물이 파고들 듯

가닥가닥 모이는 빛

순간이다, 어둠과의 교차

삶과 죽음이 그렇듯

/전길중

△생각만 해도 무섭다. 정전의 어둠이 나를 지상에서 보이지 않도록 감춘다고 하는 두려움이 무섭다. “삶과 죽음이 그렇듯” 내 몸에 노크할 것 같아서가 아니다. 어둠을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도록, 꼼짝달싹하지 못하도록 쇠사슬을 마음에 칭칭 담아놓기 때문이다. 내 곁에 있어야 할 사람과 이별을 시키는 어둠. 두렵다. “빛이 등을 돌”린다면 그동안 소식 뜸하던 이들이 별빛처럼 깜박거릴까. 어둠과 빛은 순간으로 교차한다. 그 어둠이 “잘려 나간 골목”에서 서성거리는 공포의 세상은 천둥 번개처럼 무섭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