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임정엽 전 완주군수가 더불어민주당 공천의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던 후보였지만 검증 과정에서 과거 알선수재 범죄경력 때문에 공천 부적격 대상으로 분류됐다. 임 전 군수는 강력 반발하며 이의신청을 통해 재심의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후보자 공천작업이 시작되면서 컷오프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컷오프(cutoff)’는 골프대회에서 많이 쓰는 용어다. 4일간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120명~140명의 선수 중 1,2라운드 성적 및 순위에 따라 절반을 탈락(컷오프)시키고 컷 통과 선수들로만 3,4라운드를 치른다. 정당의 공천과정에서 후보를 탈락시키는 것도 컷오프로 불린다. 보통 본 경선 무대에 오를 후보자를 추리는 과정에서 컷오프가 이뤄진다.
골프대회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물론 세계 톱 랭커들도 컷오프의 제물이 되는 것처럼 정당의 공천에서도 예상치 못한 컷오프 희생자가 생기곤 한다. 용어의 의미는 비슷하지만 골프와 정치의 컷오프에는 다른 점이 있다. 골프는 자신의 실력과 컨디션이 컷오프의 요인이 되지만 정치에서는 후보의 능력 이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컷오프 요인이 작용한다. 컷오프된 골프선수는 스스로 인정하며 조용히 짐을 싸지만 컷오프된 정치인은 강력 반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인식되는 전북에서는 4년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컷오프로 탈락한 후보들이 ‘공천이 아닌 사천’, ‘밀실공천’을 주장하며 반발했었다.
지난 16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진행된 민주당 전북도당의 공직선거 예비후보자 자격심사 결과 389명의 입지자가운데 20명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자격심사는 1단계 검증일 뿐이다. 앞으로 진행될 공천심사 과정에서 예비 경선과 본 경선에 나설 후보를 정할 2,3단계 컷오프가 진행된다. 과거 경선 기준을 보면 결선투표 형식의 본 경선 티켓은 2~3명 정도에게만 주어진다.
6.1 지방선거의 민주당 도지사 공천 경쟁에는 6명이 나선다. 시장·군수 선거의 경우 김제 7명, 정읍 6명, 전주·군산·완주·임실 각 5명, 부안·순창 4명, 익산·남원·진안·무주·장수·고창 각 3명의 후보들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 모두 경선 후보로 결정되더라도 선거구에 따라 컷오프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본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민주당의 본 경선 진출은 고사하고 예비 경선에서 컷오프로 탈락하는 후보는 정치적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컷오프에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될 가능성이 커 후보들마다 조직 가동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경쟁 후보를 컷오프시키기 위한 물밑 암투가 치열하다는 소문도 들린다. 컷오프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이 시작됐다.
강인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