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곧 깨지겠다

김철민 국회의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6년 대선에서 2등 정동영 후보를 무려 22.5%p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하지만 당시 그를 찍었던 사람들도 거세게 반대한 공약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반도 대운하’였다. 서울과 영호남을 운하로 ‘잇겠다’고 홍보했지만, MB의 의지가 강할수록 대통령과 민심을 갈라놓기만 했다. 쌓여가던 국민 분노는 광우병 파동이 방아쇠가 돼 폭발했지만, MB는 남은 미련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 추진 당시의 반대는 말할 것도 없고, 2015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부정 평가 비율이 무려 68%였다. 긍정은 겨우 17%였다.

 

윤석열 당선 3주, 뉴스는 3가지 ‘ㅇㅅ’으로만 가득하다. 첫째는 용산, 둘째는 여성, 셋째는 음식이다. 언론 말고는 아무도 관심 없는 당선인의 식사메뉴야 그렇다 쳐도, 앞의 둘은 무겁다. ‘광화문 대통령’이라는 6글자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는 ‘국방부 쫓아내기’와 ‘인구가족부’라는 괴기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주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서는 찬성(40.6%)보다 반대(53.8%)가 많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서는 찬성(47.5%)이 반대(42.1%)보다 많았지만 근소한 차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수치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숨겨진 균열 구도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찬반은 보수-진보, 호남-영남, 60대 이상-미만 등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찬반도 남성-여성 간 차이가 뚜렷하다. 불과 0.73%p 차이로 가까스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통합의 정치라고 모두가 외쳤는데, 스스로도 똑같이 말했던 윤석열 당선인은 뻔히 보이는 위태로운 균열 위에 힘껏 망치질을 하고 있다.

 

사실 시작부터 그랬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선거 때부터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부추겨왔다. 지난 1월에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만 큼지막하게 게시했다.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그때도 없었고 지금까지도 없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애써 부인했지만, 남녀 갈라치기를 통해 이대남(20대 남성)을 공략하기 위한 메시지였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았다.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 글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는 언론 보도는 아직도 섬뜩하다. 그때 국민의힘식 분열과 증오의 정치공학은 선거가 끝난 뒤까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한 언론사 기자가 지적했듯, 지금 윤 당선인의 행보는 MB와 닮았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과 용산 이전이 보여주는 불통 행정, ‘묻지마’식 해양수산부 폐지와 여성가족부 폐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과 서오남(서울대·50대·남자) 편중 인사 등이 그렇다. 그런데 지금이 더 위태롭다. 0.73%p의 윤석열은 22.5%p의 MB보다도 훨씬 더 과격하다. 겨우 한두 달 안에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내쫓으려 한다. 취임하기도 전에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광화문을 약속해놓고 용산 이전을 공약 이행이라고 주장하고, 여성가족부의 운명은 철학 없이 부총리급 인구가족부와 차관급 성평등청을 오락가락한다.

 

새 대통령과 국민 사이, 국민과 국민 사이가 취임 전부터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 곧 깨지겠다. 잠시 멈추고 귀를 열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국민은 이미 5년 전 국가적으로 큰 불행을 겪었다. 되풀이할 수는 없다.

 

/김철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산시상록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