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덕

새로 대통령에 취임할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운영 기대치가 긍정 평가보다는 부정 평가가 더 높은 데다 물러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보다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전 긍정적 기대치가 80%대를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이변이 아닐 수 없다.

리얼미터가 지난주 전국 18세 이상 2500여 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국정수행을 잘할 것 같다’는 응답은 46.0%인 반면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49.6%로 나왔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대치가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여론이 더 높은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전 기대치가 78%였고 수감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84%, 현 문재인 대통령은 87%를 기록했었다. 게다가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 기대치가 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 여론 46.7%보다 더 낮았다. 항용 퇴임을 앞둔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인 레임덕 대신 취임덕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당선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대외적으로는 안보와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데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사태 장기화로 인해 민생경제의 파탄 상황에서 국가지도력 마저 흔들리면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취임덕 현상은 최근 국민 여론과는 배치된 이슈 논쟁 탓이 크다. 윤 당선인의 첫 행보가 도탄에 빠진 민생 챙기기 대신 청와대 이전을 가장 먼저 추켜세우면서 국민적 논란을 증폭시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청와대 이전 반대 여론이 50%를 넘는 상황인데도 용산 이전을 밀어붙이면서 부정적 평가를 자초했다. 이전 비용도 500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이지만 합참과 국방부 이전 및 부대비용까지 계상하면 수 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세금 낭비 논란도 제기된다. 여기에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요구나 찬반 여론이 팽팽한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 등도 윤 당선인의 부정 평가요인으로 작용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이전 반대 여론과 관련, “지금 여론조사 결과가 몇 대 몇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면서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에서도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이다.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슬로건이 무색할 뿐이다.

국민 여론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다.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되면 리더십도 상실될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 없이 어떻게 국정을 이끌 것인가. “더 겸손히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이 빈말이 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