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캐고, 단어 하나하나 요리하고"

'농촌' 이야기 주워 담은 작품 92편 수록
'농촌'을 소재로 농사지으며 사는 이야기 전해

타작마당에 콩깍지 널어놓고 시를 쓰는 정겨운 김여울 작가가 봄내음 가득 담긴 시집 <초록마을에서는>(인문사 아트콤)을 펴냈다.

김여울 작가는 굴곡진 인생도, 순탄한 인생도 모두 담담하게 바라본다. 김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시에서 짧게나마 느낄 수 있다. 그는 산촌이나 어촌에 살면서 도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의 깊은 속내를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시인이 처한 현장의 이야기라면 그냥 주워 담기만 해도 시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집은 ‘초록비’, ‘채송화’, ‘빈 집’, ‘칡넝쿨’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흙에서 아름다운 삶 캐고, 단어 하나하나 요리해 총 92편의 시를 수록했다.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하하호호 즐겁게 사는 김여울 작가의 소재는 ‘농촌’이다.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이야기를 주워 담았다.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땅에서/싹을 틔울 수 있으려나/고개를 갸웃거렸는데/팥은 보라는 듯이/뿌리를 내리고 덩굴을 벋어/마침내 붉디붉은 팥알을/세상에 내놓았다/팥알만큼이나 옹골찬/우리 사는 산촌 사람들/행여 팥을 닮은 게 아닌지 몰라”(‘척박한 땅에서’ 일부)

이 작품은 시집 <초록마을에서는> 맨 앞에 놓여 있다. 작은 돌멩이와 강낭콩만 한 팥알을 대비시키는 재미있는 시도가 돋보인다. 마냥 ‘작은 것’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한 톨 팥알만큼 옹골찬 삶을 진지하게 그렸다. 오늘날 농촌의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여울 작가/사진=전북일보 DB

볕 잘 드는 처마 밑에 걸어두었던 시래기, 산촌에 풍기는 질레꽃 향내, 여름방학이면 북새통이 되는 산골짝 시냇물, 고목이 된 밤나무에 열린 아람 든 밤송이, 해마다 봄이면 바람에 털 날리는 민들레 등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고 노래로 승화했다.

해설을 맡은 오순택 시인은 “시인이 전원에서 캐낸 시편들은 마치 봄 햇귀가 땅속에 묻혀 있는 씨앗에서 싹을 찾아내듯, 우리의 가슴 깊숙한 곳에 잠재되어 있는 아름다움을 불러낸다”고 전했다.

김여울 작가는 “무능에 묻혀 소일타보니 세상사 대충 욕심 없이 살았어라. 그런데도 살아온 흔적 버릴 것은 어찌 이리도 많은지.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는데도 자꾸 생겨나는 버릴 것을 어찌하면 좋으리까”라고 했다.

김 작가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전남일보(현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