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올리자니 손님이 오지 않을 것 같고, 그냥 두자니 제가 죽을 지경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식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눈에 띄게 가격이 오른 품목은 밀가루와 연어다.
지난 31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한 빵 가게. 가게는 빵을 찾는 손님들로 붐볐지만 업주 문모 씨(31)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빵의 원재료인 밀가루 값이 4달 새 40% 이상 올랐지만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문 씨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0㎏ 밀가루 1포대를 4만 원 정도에 구매했었는데 최근에는 5만 원이 넘었다”며 “우리 가게는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저렴하게 팔아서 단골들이 많은 편인데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떨어질 것 같아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물가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380원이던 밀가루 1㎏ 가격이 올해 3월에는 1950원으로 41.3% 폭등했다. 세계 밀 수출량 29%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수출이 막히면서 벌어진 현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국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의 하늘 길이 막히자 노르웨이산 연어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연어를 수입해오는 최단시간 루트인 러시아의 항공로가 전쟁으로 인해 막혀 항공운임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의 수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연어 1㎏의 가격은 지난해 3월에는 1만 1400원이었지만, 올해 3월 넷째 주 기준 2만 600원으로 지난해 대비 80% 폭등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연어를 취급하는 식당가로 전해지고 있었다.
전주 고사동에서 연어 전문점을 하는 A씨(31)는 “연어 값이 오르기 전에 사둔 것이 3박스 정도가 남아서 아직까지는 버틸만 하지만 다 소진하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연어덮밥 한그릇을 팔면 2500원 정도가 남았는데, 오른 가격으로 연어를 사면 1000원도 남지 않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밀∙연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사재기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전주 효자동의 한 칼국수집 업주는 “이미 밀가루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뉴스를 보니 더 오른다는 말이 있어 미리 주문을 해놨다”면서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밀가루 가격까지 올라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