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엉떡에다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았다.
가까이 가보니
홍조 띤 그녀의 얼굴, 얼굴이 눈웃음치고 있었다.
연지 분 냄새보다 진한 향그러움이
나를 꼬옥 껴안는다.
나는 능청스런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최상영
△봄이면 언덕배기에 무리 지어 피는 꽃. 마치 광대가 분장한 것같이 아름다워 ‘광대나물’이라 불렀던가. 시인은 “홍조 띤 그녀의 얼굴”로 보이는 꽃이 "나를 꼬옥 껴안는다"고 한다. 밭두렁 꼭대기 비탈진 곳에서 “눈웃음”으로 양탄자를 깔았을 것. 연지 분 냄새가 몸에 배도록 꽃은 붉게 타올랐을 것. 광주리나물, 목걸레나물, 코딱지나물이라고 불렀던 풋풋한 어린 시절이 추억을 불러낸다. 잎 모양이 코딱지처럼 생겨서 눈웃음조차 아꼈던 기억으로 시를 품어 본다. 코딱지나물이 봄을 불렀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