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화두 - 갈등 넘어 화합의 하모니를 기대한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전역에서 우려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러한 전쟁은 얼른 생각하기에는 정치적인 문제이거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할 수 있고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웃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말 그대로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우리와 무관 할 수 없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단순히 정치적이거나 그에 부수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로 번져서 원유 값이 오르고 그에 따라 우리에게도 피부로 와 닿는 피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뿐만이 아니라 문화 예술계에도 그 영향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러시아의 대표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비롯한 친(親)푸틴 인사들의 공연계 퇴출이 잇따르고 있고, 러시아 최고 발레리나로 꼽히는 올가 스미느로바(30)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볼쇼이 발레단을 탈퇴해 네델란드 발레단으로 옮겼다. 한편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서는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1905년 설립된 국립 안드레이 셰프티츠키 박물관에선 러시아의 공습이 시작된 직후, 소장품을 겹겹이 포장해 안전한 장소에 숨기고 있지만 그럼에도 문화유산 파괴는 갈수록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전 세계의 반 러시아 문화전쟁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25일 미국 카네기홀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선보였다. 당초 이날 무대에는 러시아출신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설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휘자 야닉 네제세겡과 조성진으로 급히 변경됐다. 조성진의 “깜짝 대타” 공연은 난도 높은 곡을 암보(暗譜)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선보였고, 세계최고라는 빈 필이 받쳐주며 하모니를 이룰 수 있었다.

 

필자는 1991년 한.러 수교 전, 공연차 러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일정을 마치고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과 레닌그라드(상트 페테르부르크) 고리키극장, 푸쉬킨 박물관을 방문해 발레공연과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던 중 어느 토요일 갑작스럽게 화폐개혁이 일어나 혼란을 겪으며 은행 앞에 장시간 긴 줄을 서서 당혹해 하던 러시아인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귀국 후 그해 12월 단 한 장의 간단한 성명서와 함께 소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당시 러시아를 다녀 온 뒤 필자는 그 때의 영향을 바탕으로  “유리벽” 이라는 작품을 구상하여 국제무용제에 출품하였다. 그 작품의 한 부분을 옮겨 본다면 

 

나누임으로 황폐된 하나의 모습은 갈라진 몸과 마음/ 너와 나의 기호를 더듬는 두 세월이었다./어린 날의 아름다운 기억도/ 젊은 날의 빛나는 사랑도/너 나를 찾아 헤매는/ 나 너를 찾아 헤매는 여울이었을 뿐/ 유리벽 앞에선 오늘이 없다./저 만나질 듯 엇갈리는 유리벽 무너뜨려 하나가 되는/찬란한 신명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인가?/ 절규하며 벼랑위에 흔적을 남긴다. 

 

어쩌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일어나고 있는 오늘의 사태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이러한 모습으로 살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정치․사회적으로 어수선한 현실들이 

갈등을 넘어 화합의 하모니를 기대해 본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