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청년정치인 체급 키우기 “전북에선 언감생심”

중앙당 여성·청년 기초의원 광역의원 10% 가산점
그러나 전북에선 청년여성 정치인 체급 올리는데 부담감
전북의 청년 광역의원 진출에 사실상 현실적 어려움 커
기존 의원들 반발+지역사회 인간적 관계가 발목

더불어민주당이 혁신과 쇄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내건 ‘청년정치인 체급 올리기’가 전북에선 언감생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텃밭에서부터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정치 영역에선 40대 이하 청년 정치인이 체급을 올리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정치권에선 청년정치인 약진을 두고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이들의 지역정가 진출이 빨라질수록 기존 인사들은 은퇴를 종용받을 수밖에 없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만 45세 이하 전북 청년 정치인은 광역의원 1명 기초의원 14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자신의 체급을 올리기 위해 시도하는 인물은 총 3명으로 알려졌다. 두세훈 전북도의원(45)은 완주군수에 도전하며, 최형규 남원시의원(43)과 김미란 고창군의원은 광역의원(43)에 도전한다. 이들에겐 인센티브도 부여되지만, 도덕성과 역량 검증이 남아있어 향후 체급 월장에 성공할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7회 지선에서 당선됐던 만 45세 이하(선거일 기준)청년 광역·기초의원 명단(현직)

이들 모두 4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인물들로 사실상 청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커트라인에 겨우 진입했다. 아울러 MZ세대인 20~30대에선 단 한명도 체급을 올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비례로 정계에 입문하고, 지역구 당선으로 재선에 성공했던 서난이 전주시의원의 경우 전북도의원 대신 전주시의원 3선 행보를 선택했다. 서 의원은 여성·청년인사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커리어도 쌓아둔 터라 그의 거취에 관심이 높았다.  

정치적 성향을 따져볼 때 진보강세인 전북지역은 선·후배 문화에 있어서는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는 점도 청년 정치인 도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울러 “무조건 청년 정치인 공천이 개혁이라고 장담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이번 지선에서 도내 청년 정치인 대부분 기초의원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청년공천=전북정치혁신’등식이 성립되려면 도덕성, 전문성, 혁신개혁 부문에서 청년들의 영향이나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데 전북지역 사회에선 그럴 만한 기회가 매우 적었다. 그리고 청년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가치나 이슈가 매우 협소하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역개발이나 경제발전 의제에 청년 정치인들이 취약 한데다 청년 정치 참여가 '그들만의 리그'로 비화되는 것도 경계해야할 요인이다. 청년 정치인이 더 큰 기회를 얻기 위해 기성 정치인의 ‘불쏘시개’나 ‘비서’ 역할에 그치고 있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50대 후반, 60대 초반이 주축인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기존의원들의 반발과 좁은 지역사회 내 인간적 관계도 청년들의 정치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지선에선 청년 정치인 공천 비율을 대폭 늘렸지만, 대부분 기초의원 출마예상자로 그 할당량을 채웠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들은 "전북에 워낙 남아있는 청년인재가 적어서 정치권에 발을 들일 우수인재의 풀도 매우 좁다" 면서 "지금 이 정도로 (청년인재) 발굴한 것도 매우 많은 편" 이라고 전했다.   

보통 전북 청년 정치인은 기존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고 정치에 뛰어들기 보단, 대학 시절부터 정치참여를 했던 인사가 대다수다. 지역사회는 이러한 청년 정치인에게 차분히 한 계단씩 올라서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청년 정치인들은 전북을 떠나 수도권 정치권에 발을 들이거나, 지선에서 광주전남 정치인을 따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광역의원의 경우엔 40대 이상이 도전하고 있으며, 기초의원 역시 2030보다 70년 대 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40대의 경우 MZ세대와 586에 낀 세대로 이들 역시 정치적 성장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광역의원 출마예상자 9명 중 1명만 제외하면 모두 40대다. 기초의원 출마예상자 34명 중에서 17명은 70년대 생, 15명은 80년대 생, 2명이 90년대 생이다.  

이들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나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 전용기·오영환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에서 활약하는 또래 정치인들을 보면 더 큰 소외감에 빠진다고 했다. 반면 ‘청년’이라고 무조건 참신하고, ‘기성정치인’이라고 무조건 쇄신 대상이라는 공식도 대입이 어렵다는 게 도내 정치권 관계자들의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