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표심에 담긴 정치학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발표가 있기 직전. 대선 판도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초박빙 승부였다. 지역별 여론 조사마다 1, 2위 지지율 변화가 롤러코스터 양상의 대혼전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호·영남 콘크리트 지지층의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눈길을 끌었다. 실제 대선 득표율과 비슷하게 호남은 이재명 80% 이상, TK지역 윤석열 70% 이상의 몰표 성향이 그대로 여론조사에 반영됐다. 다행히 대선은 유권자 한 표가 전국 집계로 모아지는 폭발성을 감안하면 사표(死票)가 없다는 측면에서 일견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이런 투표 성향이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텃밭에 대한 정당의 지나친 자신감인지 공천 과정을 보면 ‘고무줄’ 심사 기준이 공정성을 훼손해 역풍을 부르고 있다. 유권자 정서를 무시하고 마치 제왕적 권한을 휘두르 듯 독선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민주당 도당의 지방선거 1차 컷오프를 둘러싼 무원칙 운영은 물론 대선 패배에 따른 혁신공천 의지가 실종됐다며 언론이 일제히 지적하고 있다.

대선 막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경기·충청 지역의 표심을 보면 전북의 미래가 읽힌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 이 지역에서 각각 5% 안팎의 차이로 1승1패를 한 곳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 아픔을 간직한 채 이들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공천 과정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기지사는 유승민 김동연 대선 주자가 출사표를 던져 빅 매치로 관심을 모았다. 충청도 마찬가지로 거물급 후보를 앞세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묘수 짜내기에 골몰하는 형국이다. 물러설 수 없는 경쟁 체제가 됨으로써 이들 지역은 중량감있는 인물 대결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선과 달리 지방 선거만이라도 역량 있는 인물 위주의 투표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시군이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도 지역 정서에만 얽매이는 건 지역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치권 먹이사슬 구조가 아무리 기득권화 됐더라도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이를 바로잡으면 그만이다.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충청 지역의 표심은 선거 때마다 전체 선거 판도를 좌우하는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정당마다 이 곳을 최대 승부처로 인식해 지역 맞춤형 공약과 개발을 약속하며 표심 얻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2021년 총선 때도 대전 세종을 제외한 시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1곳과 8곳을 나눠 가졌다. 지역마다 근소한 표차로 진땀 승부를 펼쳤다. 중부권 교통 인프라를 갖춘 이 곳의 초고속 성장세는 산업 생태계 지도를 바꾸고 있다. 대가성 ‘선물’ 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도 결국은 이 지역에 대한 후보와 정당의 절실함을 이끌어낸 결과다. 영·호남 지역의 몰빵 스타일과는 대조적이어서 시사하는 바 크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