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 채가 솟아올랐다
안과 밖이 한 판 사투를 벌인다.
그물을 털자 멸치 떼들이 쏟아져 튀어나온다
한 시절, 사내들을 휘감던 등줄기
풍랑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바스러지도록 초秒를 다투어야 했다
부딪치지 않으려고 수많은 날 헛춤을 추어야 했다
살점 떼어준 바다에 새살 차오르면
다시 은빛 숨결이다
푸른 점들이 꿈틀댈 때마다
만삭의 속살을 토해내는 바다
비린내 켜켜 내려앉은 구릿빛 사내들이
파도의 페달을 밟는다
바다를 퍼 올리는 술배 소리에
남해, 은비늘 꽃 만발한다.
/황보림
△“파도의 페달을 밟는다”는 절창이다. 금방 구릿빛 사내들이 은빛 전쟁에 사투를 벌이는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전쟁이 아닌 노랫소리로 멸치 떼들을 유혹했다면 얼마나 멋진 풍광일까. 멸치는 그물에 걸렸어도 춤을 출 것이다. 풍랑을 바다의 춤으로 여길 사내들의 굵은 팔뚝이 바다를 퍼 올릴 술배 소리였겠다. “은비늘 꽃”이 남해에 가득 피어나면 파도 페달을 밟고 시동을 걸겠다. 은빛 춤을 보러 갈까 보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