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의 허점 악용한 선거브로커 '여론조사 신뢰도 흔들'

선거브로커 휴대전화 청구지 바꿔치기 방식 이용해 접근
예비후보들 "수사통한 진실 밝혀달라"호소 ⋯이슈 급부상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7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6‧1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여론조사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안심번호의 허점을 악용한 선거브로커들의 불법 활동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다.

최근 전주시장 출마 예비후보자들은 입을 모아 휴대전화 가상번호, 이른바 안심번호를 활용한 방식의 여론조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휴대전화 청구지 바꿔치기 방식이다. 

'휴대전화 청구지 주소 변경'은 이동통신사를 통해 요금 청구지 주소를 특정 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주소를 변경한 이가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면 약속된 특정후보를 선택한다.

이동통신사 가입자를 여론조사의 표본으로 추출할 때 기준이 되는 유권자의 거주지는 실제로 등록된 거주지, 주민등록지가 아니다. 단순히 이동통신사 가입자가 통신사에 등록한 주소일 뿐이다. 

선거브로커들은 선거관리위원회가 통신사의 휴대전화 가입자의 지역이 반영된 가상번호를 추출하는 방식의 맹점을 악용해 후보들에게 접촉, 여론조사의 퍼센트를 올려주는 조건과 함께 선거자금까지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 현재 의혹의 핵심이다. 

타 지역 주민이 브로커들이 작업하는 특정지역 지자체 주민으로 둔갑해 여론조사에 영향을 끼친 것.

이런 브로커들의 작업으로 유권자 2만명 가운데 5000명에게 전화를 걸어 응답한 500명을 표본으로 삼는 여론조사의 경우 100명만 동원해도 이중 25명이 전화를 받게 되고, 이들이 모두 응답한다면 지지율 5%의 상승효과를 얻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당선 후 이권과 연계된 주요 인사권을 그 댓가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7일 “브로커가 선거에서 이기려면 후보가 돈을 만들어 와야 하는데, 돈을 못 만들면 기업으로부터 그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브로커에게) 권한을 달라고 했다”면서 “브로커는 구체적으로 ‘시청 국·과장 자리가 120개가 넘는데 그 자리를 왜 못 주느냐’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예비후보의 폭로는 다가오는 지선에 영향을 끼쳤다. 각 전주시장 예비후보들도 잇따라 성명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며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 전 예비후보는 민주당 비대위 등 중앙당 관계자들과도 이번 의혹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대선 패배 이후 개혁공천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