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정치’· ‘정치브로커’ .. 일당독주와 지역구도식 전북정치의 그늘

조직세력화는 선택 아닌 필수, 이는 전북뿐만 아니라 무소속도 마찬가지
출마위해선 자금·조직 상식처럼 그러나 전북은 일당독주 그 정도가 더해
경선은 변수 많은 만큼 직접 투표보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을 여지 높아
공천의미 퇴색, 적은 내부에 좁은 지역사회 온정주의 속 마타도어 정치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매관매직과 사업권을 요구하는 정치브로커가 있다"는 이중선 전 청와대 행정관의 폭로로 일당독주와 지역구도 투표성향에서 비롯된 전북정치의 그늘이 표면화 됐다는 분석이다. 

10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한 조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국회와 정치권 내부의 이야기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모든 권력구도를 결정짓는 전북에선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전북에서 최소 단체장에 출마하려면 지역에서 5년 이상 조직 만들기에 힘써야한다는 것은 이미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이는 무소속도 마찬가지다. 현직 무소속 단체장의 경우 자신의 고향과 지역조직에 공을 들인 시간이 적지 않다. 

전북에서 단체장 후보나 광역의원 후보군에 사실상 정치신인이 전무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있다. 정치신인이라 할지라도 지역위원장이나 당내 유력 인사의 눈에 들지 않는다면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에서 활동한 고위공직자 출신의 경우 중앙당과의 인맥형성이 중요한 요인이다. 

초·재선으로 이뤄진 전북 국회의원들도 정치신인이라기 보단 586운동권 출신으로 20대 청년시절부터 오랜 시간 민주당과 관계를 맺어온 인물들이 주축이다. 그들 역시 당선까지 오랜 시간을 지역구에 투자하고 조직을 갖춰왔다. 지방의원부터 출마해 50대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국회의원 배지를 얻은 셈이다. 다른 그룹은 고위공직자 출신이다. 

전북에 뿌리내린 조직정치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하거나 커리어 부분에서 이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커리어와 시간투자,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자금력을 통해 빠르게 조직을 만들어야한다는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단순한 ‘선거비리’로 치부하기 복잡한 이유도 풀뿌리 조직에서 대선 조직으로 이어지는 거대정당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전북의 경우 기초선거의 풀뿌리 조직이 광역의원과 단체장을 만들고, 그 조직은 다시 국회의원을 배출한다. 국회의원은 이렇게 모은 조직을 대선 등 중앙당 조직에 활용한다. 전북에서 인구 수 대비 많은 당원 수는 민주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율 밑바탕이 되고 있지만, 다단계식 권리당원 모집 열풍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선은 변수가 많은 만큼 직접 투표보다 룰 변경 등이 작용할 여지도 많다. 

보통 선거브로커로 불리는 이들의 실체를 규정짓기도 쉽지 않다. 선거브로커로 인정(?)받으려면 자금력과 정치력을 갖춘 인물들과의 풍부한 인맥이 필수로 알려졌다. 자신이 선거에 출마하고 후보자 중도사퇴를 반복하며 조직을 파는 인물도 지역 정치권 내 브로커로 통칭되지만 그 실체는 아직 모호하다. 이들은 후보자에게 당 경선과 공천에 필요한 권리당원을 모아주고, 경제계와의 인맥형성을 통해 조직을 유지할 자금을 마련해준다는 게 이 전 행정관이 말한 폭로 내용의 핵심이다. 이번에 언급된 인사 외에도 직·간접적인 오해를 받고 있는 전북정치권 인사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자신만은 결단코 아니다”며 클린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 이후 이 사건과 관련한 갖은 풍문에 유언비어가 더해지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지선은 일부 무소속 선전지역을 제외하면 ‘민주당만의 리그’가 된 만큼 국민의힘 등 상대당 후보의 견제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전북선거판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징처럼 됐다. 

전북정치에서 내부투쟁과 네거티브는 극심한 반면 정작 상대 당 경선 후보 검증에 열을 올려야 할 반대당은 조용한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정의당과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는 정도지만, 중앙정치권처럼 상대 당이 검증에 사활을 거는 것은 아니다.    

본래 공천은 본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경쟁력 후보를 정당에서 배출하기 위함인데 전북에선 경쟁정치가 없는 전북은 공천의미 자체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사회의 인간관계망이 좁은 만큼 지역사회의 온정주의 속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마타도어 정치가 판을 치고 있는 점도 혁신대상이다. 이 전 행정관에 “브로커에 시달렸다” 고 한 폭로의 이유에도 제안을 거절한 이후 마구잡이로 퍼지는 ‘사망설’, ‘불륜설’, ‘실종설’을 해명하면서 생긴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선거브로커 사태로 돈 선거와 조직선거의 폐해에 대한 도민들의 실망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지선에서 유기상 당시 고창군수 후보 등이 적극 홍보하고, 활용했던 공개펀드 모금 방식이 관심을 얻고 있다. 공개 펀드모금은 중앙정치권에서 흔한 일인데 자금출처가 모두 공개되는데다 사용처도 밝히고 있어 많은 지선 후보들이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