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법무사' 조재형 시인, 첫 산문집 출간

낮에는 '법무사', 밤에는 '작가'로 활동
'부안 출신' 조재형 시인 첫 산문집 펴내

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해가 뜨면 ‘법무사’로 일하고, 해가 지면 글을 쓰며 사는 조재형 시인이 첫 산문집 <집은 텅 비었고 주인은 말이 없다>(소울앤북)를 펴냈다.

이 책의 부제는 ‘시골 법무사의 심심한 이야기’다. 조재형 시인은 검찰 수사관으로 일하다 문학에 대한 갈증으로 중도 퇴직하고, 시골 법무사와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검찰 수사관으로 일하며 눈에서 칼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랬던 조 시인이 독자 곁으로 와서 심심한 감사와 사랑 담긴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다.

“나에게는 두 노인이 어떤 이정표처럼 보였다. 가로로 누워 있는 아내는 죽음으로 돌아가는 방향을 가리키고, 아내 옆에 세로로 앉아 있는 남편은 삶에서 죽음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는 서행 구간을 가리킨다고 할까. (중략) 두 노인은 주름살로 도색된 두 개의 낡은 이정표였다.”(‘두 개의 낡은 이정표’ 일부)

조재형 시인/사진=전북일보 DB

검찰 수사관으로 16년, 법무사로 18년을 사건 현장을 누비면서 얻은 것을 소재로 해 책을 만들었다. 하나같이 조재형 시인이 직접 현장에서 부딪치며 배우고 얻은 산물이기도 하다. 사건사고 틈에 끼어 살던 조 시인은 시골 생활이 심심하지 않다. 기존에 몸에 지니고 있던 살기 빼고 ‘언어’로 몸을 채우기 시작해서다. 법과 문학 사이에서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지만 그 나름의 ‘신선함’도 있다.

조재형 시인에 따르면 법과 언어는 문학과 멀리 있는 듯하지만 그늘진 현실을 담아내는 점에서는 많이 닮았다. 그의 첫 산문집 속에 담긴 66편의 이야기에는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독자들의 심심한 일상에 담긴 감사와 사랑을 일깨운다.

조재형 시인은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지난 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하고, 시집 <지문을 수배하다>, <누군가 나를 두리번거리다>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