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부러워하는 정치 민주화를 이루고, 세상이 놀라워하는 경제 성장을 거두었지만 우리의사회의 불행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나라,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에서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삶은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교육개혁이 아닌 혁명을 통해 지금까지의 교육을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이유입니다“
21일 전주 중화산동 라루체 2층 강의실에서 열린 전북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9기 6강에 나선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요즘 학생들 대상으로 강연요청이 많았는데 그들에게 어른들을 믿었다가는 여러분의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어른들을 믿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0년간 우리는 성숙한 인격을 키우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한번도 한적이 없다. 한국의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며 “교육의 목표를 능력주의에서 존엄주의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 100년은 외세지배 30년 동안 제국주의 하에서 황국신문으로 강요받았고 군사독재 40년간은 반공산업전사로 길러지며 인간성을 말살하는 교육을 받아오면서 살아왔다.
군사독재 이후 민간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인간을 하나의 물건이나 기능적으로 보고 인간자체를 존엄한 존재로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표적으로 인간을 하나의 자원으로 보는 교육인적 자원부라는 끔찍한 부서명의 탄생이다
이 같은 교육을 통해 배양된 능력제일주의는 우리사회를 세계에서 가장 불신과 갈등이 큰 나라로 만들었다.
빈부격차가 가장 심하고 정당간의 갈등 남녀갈등 세대 종교 학력갈등이 압도적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만든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모두 능력주의 교육이 원인이다.
능력만능주의 교육체제에서 우리사회의 파워 엘리트 집단이 보여준 오만함과 이기주의는 우리사회를 헬 조선이라는 말도 모자랄 만큼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 유교주의 계급사회로 학벌귀족사회로 바뀌면서 능력만능주의 사회가 보편화돼 있고 능력주의사회에서의 승자는 내 능력과 내 노력으로 지금의 성과를 얻었다는 이유로 공공선에 대한 감각도, 패자에 대한 연민도 없이 극도의 오만함으로 무장한 괴물로 성장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능력주의사회의 패자들은 저항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주의사회가 절대 선으로 치부되는 사회에 살아오면서 패인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생각지 않고 자신에 회초리를 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절망감과 패배감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누리 교수는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학벌체제와 대학입학시험, 대학 등록금 등 3가지를 없애야 한다고 처방했다.
독일의 경우 지난 50년간 경쟁이 없는 교육을 유지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인간적인 나라, 가장 행복하고 이상적인 나라, 인격이 가장 존중받는 나라로 발전해 있다.
과거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에서 세계 전쟁을 일으키고 유태인을 학살했든 나라에서 이렇게 바른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냐는 의구심에 김 교수는 전 세계에 퍼져갔던 68혁명에 해답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성세대의 가치와 이념에 반기를 들고 반권위주의, 과거청산 공감교육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지만 유독 한국만 68혁명의 영향을 받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 68혁명이 부재했던 이유가 모두 베트남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68혁명이 발발했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베트남 전쟁의 반전여론이었던 데에 비해, 한국 군사정권이 베트남 전쟁에 병력을 파견했고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막고자 68혁명에 관한 뉴스를 정권에서 선제적으로 축소했기 때문이다.
김누리 교수는 “한국은 채점을 기계가 하는 유일하고 이상한 나라”라며 “한 번도 행복한 청소년기를 보내지 못했는데 행복한 어른이 될수 있을까? 이제는 교육혁명을 통해 우리 아에게도 행복과 자유를 돌려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