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동전 수집가 임종현씨, "동전은 내 인생의 동반자"

1920년대부터 1980대까지 100여국, 1000여점의 전 세계 동전을 수집한 임종현씨=김선찬 기자

"동전을 통해 금액적으로 보상 받는 것이 아닌 어린이 체험관이나 박물관 등에 기증해 각 나라의, 그 당시 동전을 이렇게 생겼었다는 점을 배우고 아이들과 시민들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동전을 쉽게 접하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전주에 거주하는 전 세계 동전 수집가 임종현(74)씨가 바라는 소망이다.

그는 1976년 1월 해군 부사관을 제대하고 그해 4월부터 돈을 벌기 위해 외항선(외국과의 무역을 위해 왕래하는 선박)에 올라섰다.

1981년까지 5년간 외항선에 탑승해 수 십개의 나라를 돌면서 모은 동전은 무려 100여 국, 1000여 개에 이른다.

배 안에서 선원들 사이에서는 동전 수집광으로 불렸다.

다른 선원에 따라 취미생활로 시작해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오래된 동전은 놀라움 자체, 그 나라 역사까지 배울 수 있는 정도다.

각양각색의 동전이 정리된 총 6권의 두꺼운 책자는 나라별(영어 순)로 정리돼 있으며 동전마다 뒤편에는 발행 연도와 각 나라 화폐단위 등이 적어져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연방소비에트처럼 현재는 해체된 나라와 국가별로 특별히 해당 연도에만 발행됐던 동전들, 올림픽 및 기념행사 등을 알 수 있는 주화, 토큰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외국인들이 자신에게 동전을 팔 수 있도록 휴지와 세제 등 자신의 물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른바 로비(?)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동전은 큰 벽면을 빽빽이 채우고도 남을 정도라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도 내비쳤다.

임종현 씨는 "하나씩 모은 동전들의 갯수가 채워질 때마다 희열감 속에 잠을 지새웠다"며 "1000여개의 동전 속 특히 특별한 동전을 꼽을 수 없다.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전부 소중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 주유를 위해 150여일마다 2~3일간 밟게 되는 땅은 현지인들에게 동전을 구입하고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그 날만이 기다려졌다"며 "동전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고 5년이라는 힘든 선원 생활은 동전 수집을 통해 이겨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70세를 넘어선 임종현씨는 요즘 자신의 인생에 동반자 같은 동전 거취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동전은 단순한 돈의 개념을 넘어섰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부르는 게 값이지만 동전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닌 지역민들을 위해 후세에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내가 모아둔 동전의 값어치를 알아봐 줄 수 있는 사람에게 기증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