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도시, 전라북도

박용훈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계절은 언제가 봄이었느냐는 듯 꽃은 지고 신록이 우거졌다. 이런 자연을 보면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북으로 발령받아 온 것이 지난해 3월이었으니 이제 1년여 지났는데 뜻하지 않게 정든 전북을 떠나게 되었다. 종이 한 장으로 옮겨지는 것이 인사라긴 하지만 참 아쉬움과 섭섭함이 크다. 

 

그동안 낯선 이방인을 따뜻하게 품어준 전북도민 여러분, 도지사님을 비롯한 공직자 여러분, 그리고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기부자님, 사회복지현장의 동역자들, 한 분 한 분께 크나큰 신세만 지고 갑자기 떠나게 되어 면목이 없다. 또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버지처럼 한없이 믿어 주시고 이끌어 주셨던 모금회장님과 사랑하는 직원들께는 더욱 죄송하다. 만나면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너무도 좋은 분들이었기에 더 아쉬움이 크다. 

 

사실 고백하건대 일 년 전 전북 발령 소식을 듣고는 마음이 무거웠다. 전북이 싫어서가 아니라 당시 홀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셨기에 조금이라도 어머니 가까이에서 남은 시간을 지켜 드리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날의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전북 도민 여러분께서는 잘 다독여 주셨고 감싸 주셨다. 그래서 함께했던 짧은 1년 2개월이었지만 저는 참 행복했다.

 

그동안 주로 광역시 지역에서만 근무하다 전북에 와서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참 푸근하고 넉넉했다. 각박하지 않고 인심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회색의 높은 빌딩을 주로 보다가 이곳 전북에서는 드넓은 평야와 높은 산, 강과 바다를 언제나 곁에 두고 꺼내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전북 도민 여러분의 이러한 넉넉함도 이런 자연에서 나오는 힘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모두 아시겠지만 전북은 경제적으로는 타 시도에 비해 객관적으로 아직 앞서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전북 발령을 받는 순간 모금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몇 개월을 지나며 그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민 여러분께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물질로도 마음으로도 헌신해 주셨고 공직자들도 그리고 언론도 이웃을 돕는 일엔 내일처럼 나서 주셨다. 많은 지역을 다녀 보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결과 지난 일년동안 전북 도민들께선 저희 사랑의열매에 235억 원을 기부해 주셨고 이는 도민 1인당 모금 참여액으로 보면 13,150원으로 전국 4위에 해당할 만큼 앞섰다. 그리고 지난 연말연시 캠페인에서도 나눔온도(모금목표 달성률)가 137.2도로 전국 2위를 달성할 만큼 우리 전북도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은 그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함께했던 직원들도 참 훌륭했다. 업무량에 비해 적은 인원이었지만 서로 간의 배려와 협력으로 전국 어느 지회보다 업무 분위기 좋았고 그 결과였을까 매년 실시되는 17개 시도 지회 평가에서도 지난해까지 무려 4년 연속 최우수지회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제 제게 있어 전북은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지역이 될 것이다. 어쩌면 향수병처럼 얼마 가지 않아 그리울 것 같다. 아침과 저녁으로 자주 걸었던 ‘전주 바람쐐는길’과 ‘아중호숫길’은 아마도 다시 시작되는 저의 인천생활을 가장 힘들게 하는 복병이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북 도민이었음에 감사했고 앞으로도 또 하나의 마음의 고향이 될 전북을 위해서 저는 어느 곳에서든 늘 응원하고 기도하는 작은 홍보대사가 될 것이라 다짐해 본다.

/박용훈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