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이젠 변화해야 할 때

권형진 감동컴퍼니 대표

유례없는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대세를 이루면서 대면 활동이 크게 위축돼 다양한 분야가 침체기를 맞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온라인 마켓과 수출 분야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코로나 이전 소비자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하려면 인근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은 비대면을 통한 구매 활동을 늘려갔다. 매스컴에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지역 농특산물 소비촉진 프로그램을 신설해 대박을 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모바일 장보기 앱 또한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당일 수확 농산물을 다음날 아침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일상화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식사 형태도 코로나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전에는 외식에 주로 의존 했다면 팬데믹 이후 가정에서의 식사 횟수가 크게 늘었다. 포장이나 배달, 밀키트 등 외부 다이어트 식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2018년에 200억원 이었던 국내외 밀키트 시장규모는 2023년까지 7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쌀 소비 형태를 살펴보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수요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농민으로부터의 직접 수매량도 크게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명박 정권 출범 후에는 대북 쌀지원 등이 중단됨에 따라 각 지역 중소규모 창고에는 대량의 정부수매 곡식이 쌓여 있었다. 

이에 따른 정부의 재고쌀 해소 정책은 이 쌀을 활용한 쌀 관련 가공 산업에 지원을 늘려가는 뿐이었다. 이에 힘입어 누룽지, 쌀과자, 쌀음료, 떡카페 등 국내수요시장을 넓히기 위한 노력에 따라 시장의 규모는 의미 있는 성장률이 있었지만 남아도는 정부수매 재고량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쌀 소비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단일 품종 쌀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다. 양곡 관리법에 따라 쌀은 포장재에 품종을 표시해야 하는데 대체적으로 여러 가지가 섞인 혼합제품 보다는 단일품종의 판매량이 높았으며, 그중 신동진 품종의 판매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1인 가구 증가율도 눈에 띄는 변화다. 2016년 27.9%였던 것이 2020년 31.7%로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 세태 변화를 간접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그만큼 혼자 식사를 하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혼자 밥을 먹기 위해 밥을 조리하는 것보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배달 또는 인근의 간편한 식당을 이용하는 횟수가 점점 증가추세로 이어진다. 편의점 도시락, 치킨 반마리 등의 니즈가 수년새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은 이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코로나는 우리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농산물 유통 분야 변화도 예외일 수 없다. 앞으로도 비대면 온라인 거래와 무인 거래가 점차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식품 업체들이 간편식(밀키트)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또 온라인 판매, 무인 판매 등의 비대면 사업을 대폭 확대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식품과 소비 분야의 변화가 시작됨으로써, 결국 농산물 유통 또한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유통시설은 단순히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선별 포장해 도,소매상에 출하하는 오프라인 방식에 안주해 왔다. 이제는 소포장·단순가공·꾸러미 등 맞춤형 상품 공급에 맞춘 시설과 장비·인력으로 온라인 거래에 최적화해야 한다. 정부와 자치단체 또한 이러한 것에 발맞춰 지원해야 할 때다. 

/권형진 (유)농업회사법인 감동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