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가 이 봄 끝자락에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 29일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김관영 전 의원이 선출 되었기 때문이다. 도지사 출마 선언 38일만에 민주당 도지사 후보 티켓을 거머쥔 김 후보를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송하진 지사가 컷오프 되리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그게 현실로 나타나면서 김 후보의 운발이 발현되었다.
송 지사가 차려 놓은 밥상을 김 후보가 그대로 앉아서 먹어 치운 격이 되었다. 어느정도 도지사 출마 예상은 했지만 그가 단숨에 후보 5명 가운데 지지율 2위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할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전주 효천지구에서 개소식을 가질 때 권리당원 모집도 전혀 안되 있어서 그가 왜 이번 선거에 나왔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영입인사 1호로 지목해 민주당에 복당되긴 했지만 도지사 후보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안 했다.
도민들은 재선인 김관영 전 의원이 22대 총선 때 신영대 의원과 군산서 리턴매치 하려고 이름이나 알리려고 나온 것으로 인식했었다. 18살 때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후 22살에 행정고시에 합격 재경부에 근무했고 28살 때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고시 3관왕이었다. SKY 출신들로 짜여진 김앤장 로펌에 성균관대 출신인 그가 당당히 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실력 때문이었다. 고시동기 17명이 차관급으로 있어 소통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듯 하다.
그의 도전정신과 뚝심은 정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강봉균 장관이 군산에서 버티고 있었는데 도전장을 낸 것은 시사점이 컸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고 실천했던 것. 다소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고시 3관왕이라는 타이틀이 그를 행동으로 옮기게 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군산에서 나와 정계입문 했고 2016년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소속으로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전북의원들이 국회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김 후보는 초재선 때부터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수석부대표를 지내면서 중앙정치의 한 복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시절이었던 2016년 12월 2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표결에 앞서 탄핵소추 안 제안 설명을 맡아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세상 사는데 운이 결정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운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김 후보처럼 실력을 겸비하고 평소 내공을 쌓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간 도민들은 꺼져가는 전북을 일으켜 세울 인물을 찾는데 목말라 했다. 그래서 송 지사에 대한 교체지수가 높았다. 전북의 특정세력들이 시나리오까지 짜서 송 지사를 컷오프 시킨 것 까지는 성공했을 지 몰라도 그 이후에 불어닥칠 역풍은 생각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그 역풍의 이익도 고스란히 김 후보 한테 다가와 승리를 안겼다. 거세게 불어닥친 전북민심이 조직을 무력화시켰다. 벌써부터 다음 총선 때 현역 대거 물갈이론이 나온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