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처음 제정하였다. 어린이날을 제정한 핵심은 어린이가 어른의 종속물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몫’을 찾아주자는 운동에서였다. 즉, 어린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며 독립된 주체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사실 1980년 이전만 해도 유교 사상이 팽배했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어린이에 대한 인식은 매우 열악하였다. 부모는 어린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어른들의 일에 어린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린이날 100주년은 아동문학 100년의 역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를 기념해 전국 지역문화관과 서점, 도서관, 학교 등에서 어린이를 위한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반갑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방정환의 ‘어린이’ 잡지부터 우리나라 아동문학 100년의 흐름을 시대별로 살펴보는 한국 아동문학 명작 100권을 선정해 전시한다고 한다. 책은 아이들의 정신적 영양소가 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동문학가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문득 지금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까? 라는 물음표를 던져 본다. 올해 3주 동안 사회활동 프로젝트로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름 재미있게 현장 수업을 마치기는 했는데 우리 아이들 문해력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동안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있었던 기간이 2년이 훌쩍 넘었으니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 하지만 4월에 다른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다.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몰라 스스로 자해하는 아이들도 많아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음껏 웃고 떠들어야 할 시기에 자기 동굴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던 우리 아이들. 무엇보다 또래 친구들과의 단절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뜻하지 않는 질병 유행으로 겪는 고통과 상처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클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다행히 올해 신학기부터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어 우리 아이들이 학교로 향하는 걸 보고 가슴 한쪽을 쓸어내린 어른은 비단 나만이 아니었으리라.
올해는 학부모와 교육청, 학교와 도서관이 앞장서서 어린이를 위한 힐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숲 체험, 어린이 토론대회, 어린이 작은 운동회, 공연, 놀이 게임, 가족 영화 상영 등. 어린이들이 마음껏 소리 지르며 정서적 교감을 느끼고 가슴에 응어리진 답답함을 풀어냈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동안 어린이날이면 음식과 장난감을 사주는 것으로 어른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우리 어린이들이 ‘한 몫을 다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어린이에게 사람으로서 권리를 인정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자는 어린이날 제정 정신을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으면 좋겠다.
/김자연 아동문학가·전북작가회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