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교육감과 전교조의 정면 충돌이 요즘 화제다. 지난 달 중순 전교조가 김 교육감의 퇴진을 외치며 전면전을 선포해 그 배경에 관심을 모았다. 퇴임을 불과 두 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교육감에 대한 전례없는 강공 모드는 주위 사람을 어리둥절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교조는 김승환 12년 권력의 뿌리이자 핵심 지지 기반이다. 전교조 출신들이 그와 함께 전북 교육 행정을 사실상 공동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질 2인자로 불리는 차상철 씨와 황태자 코스를 밟은 이항근 씨도 이 단체 지부장 출신이다. 이들은 천호성 단일 후보와 함께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중도에서 탈락했다. 당시 세 후보는 김승환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그의 교육철학 계승을 적극 천명하기도 했다.
전교조와 교육감의 이런 공생 관계는 끊임없이 편향교육 논쟁에 휩싸이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불러왔다. 요직 인사도 독점하다시피 해 진영 갈라치기에 따른 ‘자기사람 심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승환의 진보 교육감 타이틀도 전교조 지지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간 우군이었던 교육감이 뜻대로 움직이질 않는다고 해도 이번 공세 수위는 예상밖 이라는 반응이다.
김승환과 전교조가 그간 보여준 찰떡궁합은 환상적이었다. 그와 같은 끈끈함 속에서 전교조가 돌연 그에게 강한 배신감을 표출하며 악담 수준의 비판을 쏟아낸 데 대해 다소 의아했다. 표면적 이유는 이 단체가 요구한 교육 정상화 5개 방안이 관철되지 못함으로써 비롯된 불만 표출이었다. 실제 전교조는 지난 2일 “교육감과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며 그동안 벌인 천막농성과 단식투쟁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그들이 밝힌 입장문의 행간을 짚어보면 벌써부터 새 교육감 인수위 참여를 언급하는 등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김승환 퇴진 투쟁도 결국 교육감 선거 국면에서 자신들의 존재감과 선명성 부각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볼 때 전교조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그들이 밀고 있는 천호성 후보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 기회를 못 잡자 위기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다 대척점에 있는 서거석 후보의 선두 독주가 굳어지지는 않을까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제 선거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 추세로 이어지면 전교조의 협상 주도권은 갈수록 동력을 잃기 십상이다. 난감한 입장의 그들로서는 비장의 카드로 김승환 퇴진론까지 꺼냈으나 이마저도 임기 말 큰 압박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교조 사퇴 주장에 이어 천 후보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교조 입장에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김 교육감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기 말 레임덕을 비껴가지 못하는 김승환 교육감의 퇴장이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