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교육감이 아닌 ‘소통’ 교육감이 필요하다

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자녀가 유·초·중·고에 재학 중일 때는 교육행정에 관심을 두지만, 이후에는 무관심해진다. 그 무관심에 교육감 선거도 포함이 된다.

 

교육감은 선출직 중 유일하게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 자주성 보장을 명시한 헌법 제31조 4항에 따라 국가 권력을 비롯한 특정 세력에 영향받지 않고 본연의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정당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이 교육감 선거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도 사실이어서 상당수 유권자가 자신의 지역에서 누가 교육감 후보로 나섰는지를 알지 못한다. 심지어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을 뽑는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이도 적지 않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 ‘묻지 마 선거‘라 불리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오로지 제도적 문제나 유권자의 탓인 걸까? 분명 그렇지 않다. 흔히 교육을 국가의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르는 현세대의 책무이기에 눈앞의 이익이 아닌, 백 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감은 바로 국가백년지대계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이므로 교육감 후보의 자질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과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는다면, 이는 선거의 격을 떨어뜨림은 물론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일으키게 된다. 자신의 장점이나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상대의 부정적 요소와 의혹을 강조하는 네거티브 선거는 공격하는 측과 공격당하는 측을 떠나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심한 피로감과 실망감을 안기기 때문이다.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자질과 도덕성 또한 당연히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상대를 공격하고 깎아내리는 후보보다 자신의 비전과 정책, 소신을 이야기하는 후보를 만나고 싶다. 유권자 앞에 자신의 전문성을 입증할 정책과 공약을 내놓고 떳떳이 겨루는 후보를 보고 싶다. 그러니 상대에 대한 ’아니면 말고‘ 식의 근거 없는 의혹과 비방을 일삼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 학생을 위해,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할지 논의하길 바란다.

 

얼마 전 전교조 전북지부는 “김승환 교육감의 12년 임기는 혁신학교, 작은 학교 살리기 등 긍정적 성과를 거두었지만, ‘불통’이라는 별명이 상징하듯 소통 측면에서 부족함을 보였다”며 현재의 교육감과 그 관료 체제에서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당선될 새 교육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소통’이어야 한다.”라면서 “다른 시도 교육청에서 하는 ‘분기별 지부장-교육감 간담회’, ‘교육감과 조합원과의 대화’를 전북에서도 시행하도록 교육감 후보들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감은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 사람이다.

불통은 좋은 환경과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교육에 몸담은 교육자들과 그의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과 소통하고, 새로 거듭날 각오로 절차탁마하여 전라북도 교육을 앞선 교육으로 이끌 수 있는 교육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같은 선출직이라도 미래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에게는 한층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교육감을 선택하는 선거 역시 더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지기를 바란다. 비전과 정책은 보이지 않고 흑색선전과 낯 뜨거운 인신공격이 난무한다면 자라나는 세대가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더욱이 이번 선거는 만 18세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첫 지방선거이다. 모쪼록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학생들 앞에, 유권자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선거를 치러 주기를 당부한다.

/홍요셉 전북변호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