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에 가려진 도로표지판⋯운전자 혼란 가중

전주 시내 일부 표지판 가로수에 가려 제기능 상실
시 "정기적 가지치기"⋯전문가 "시설물 위치 조정을"

봄철 가로수가 왕성하게 자라면서 교통 안전시설물을 뒤덮고 있어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9일 전주시 팔달로에 가로수가 자라 교통 표지판을 가리고 있다. 오세림 기자

봄철 전주의 가로수가 왕성하게 자라나면서 교통 안전시설을 뒤덮고 있다. 속도제한 표지판은 물론, 신호등과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가로수에 가려지면서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6일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광주에서 전주로 여행 온 이진수 씨(56)는 전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교통표지판 때문에 애를 먹었다. 교통표지판이 가로수에 가려 가까이 가기 전까진 표지판의 내용을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내비게이션이 있다고 하더라도 초행길이라 불안한데 표지판까지 알아볼 수 없어 힘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9일 전주 시내를 점검해본 결과 가로수에 가려진 표지판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찾은 전주 효자동의 세내로는 가로수의 나뭇잎이 신호등을 가려 신호등 앞까지 가지 않은 이상 신호등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전자들은 갑자기 나타난 신호등이 빨간 정지신호를 내보내자 급정거를 하기도 했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의 한 도로에 식재된 가로수가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도로표지판을 가리고 있다.

도로명주소를 보여주는 작은 표지판이 가로수에 가려지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전주 삼천동의 한 버스정류장 앞에 설치된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은 바로 앞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 표지판을 완전히 가리기도 했다.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 고지훈 씨(31)는 “가로수에 신호등이 가려졌을 때가 가장 위험하고 불편하다”면서 ”최근에는 단속카메라도 가로수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있어 익숙한 길임에도 내비게이션을 항상 켜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 관계자는 ”가로수 가지치기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 외에는 표지판이나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있는 곳을 위주로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현장 점검 후 필요한 곳은 가지치기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교통안전시설이 가로수에 가려지는 등 식별이 어려우면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교통 안전을 위한 시설물들이 운전자의 시야에서 벗어날 경우 교통사고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며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위해 제때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교통시설물의 위치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