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진보와 보수 성향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단지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개인 신념에 따라 강온 성향을 달리할 뿐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에선 이런 심리를 교묘히 활용해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데 공을 들여왔다. 당원 가입이나 지지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는데 마치 자신들의 지지 세력인양 선동하고 홍보하기 일쑤다. 선거 구도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일종의 프레임 싸움이다. 이는 후보자 역량이나 화려한 경력보다도 선거 흐름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때가 많다. 흔히 선거 초반 승기를 잡느냐 못 잡느냐 여부는 프레임 대결에서 판가름 난다고 할 정도다. 지난 3월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선전을 했음에도 초반 프레임 대결에서 승기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유권자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정권 교체’ 여론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얼마 전 민주당 도지사·전주시장 공천에서도 ‘경제 해결사’ 이미지를 프레임으로 내건 김관영 우범기 후보가 이겼다. '고시 동기 중 차관급만 17명 있다’ ‘전주의 로또, 예산 폭탄’ 의 메시지가 시사하듯 그들 경력 중 중앙부처 행정경험과 인맥이 크게 어필한 건 사실이다. 중앙에서 누가 예산을 가져올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허울 좋은 구호 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유권자의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교육감 선거는 최근 사회단체 지지 선언이 잇따르면서 세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래 김승환 교육감의 3선 불출마에 따라 親김승환 대 反김승환 구도가 예상됐다. 물론 기본 구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가끔 불거지는 ‘진보 원조논쟁’ 을 둘러싼 신경전이 볼 만하다. 교육감 후보 TV토론에서도 이와 관련 자칭 진보진영 후보라는 천호성 후보에게 김윤태 후보가 타이틀 사용에 대한 적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아동정책위원을 지낸 서거석 후보도 해묵은 진영 논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어찌 보면 이런 논쟁 자체가 유리한 선거 국면을 포석에 둔 후보들의 샅바 싸움으로 해석된다. 이 상황에서 어제 천호성·황호진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프레임 변화가 점쳐지기도 한다. 여론조사 선두 서거석 후보와 맞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 물밑 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가 반환점을 돌며 유권자 표심잡기 경쟁도 본격화됐다. 아울러 후보들의 승리 방정식을 위한 프레임 대결도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 보다는 유세 구호에만 그치는 프레임이야말로 유권자들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후보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과대 포장한 측면이 적지 않아 이를 면밀히 따져 보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런 선거공학적 세몰이 보다는 후보 개인의 잠재력과 도덕성 그리고 정치 철학을 공유하면서 미래를 선택하는 유권자 주도의 선거 문화가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